한국일보

‘카사블랑카’세월이 가도 감동은 그대로

2012-03-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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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배경 가슴저린 스토리 기억에 남는 명 대사와 음악 영원한‘사랑 영화’로 남아

▶ 잉그릿 버그만-험프리 보가트 주연 추억의 명화 개봉 70주년

‘카사블랑카’세월이 가도 감동은 그대로

개봉 70주년 기념을 맞아 나온 블루레이·DVD 특집판.

영화사상 가장 로맨틱한 영화로 세월과 무관하게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카사블랑카’(Casablanca-하얀 집이라는 뜻)가 올해로 개봉 70주년을 맞았다.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릿 버그만이 주연하는 감상적이요 로맨틱하고 아름답고 또 가슴 아픈‘카사블랑카’는 명화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골고루 지녔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러브스토리와 다양한 인물, 이국적인 장소, 뛰어난 조연진, 유머 있고 냉소적이며 통렬한 대사 그리고 멜로드라마적인 사건과 감상적인 상황 및 이상주의와 자기를 희생하는 영웅적 행위와 우정과 의리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달콤하면서도 애수가 깃든 주제가와 음악(맥스 타이너)이 작품의 간절한 분위기를 한껏 북돋우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무엇보다도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버리는 센티멘탈리스트 터프 가이 보가트와 백합처럼 청순하고 아름다운 버그만의 거역하기 힘든 화학작용 때문에 세상 모든 로맨틱스들의 영원한 사랑의 영화로 남아 있다고 하겠다.


특히 릭(보가트)과 일사(버그만)의 사랑이 가슴 깊이 사무치는 까닭은 그들이 마지막에 안개 낀 카사블랑카 공항에서(그러나 실제로 열사의 장소인 카사블랑카에는 안개가 끼지를 않아 세트에서 연기를 내뿜는 기계를 사용해 분위기를 냈다) 헤어지기 때문이다.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요원인 남편 라즐로(폴 헨리드)만 혼자 리스본으로 보내고 자기는 릭의 곁에 남겠다고 사정하는 일사에게 릭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오늘 저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오늘이나 내일 당장은 후회하지 않을지 모르나 곧 평생을 후회하게 될 거야”라고.

이에 일사가 “우리는 어떻게 하구요”하고 다시 조르자 릭은 “우리에겐 언제나 파리가 있지 않아”라고 답한다. 그리고 릭은 일사의 턱을 손으로 들어 올리면서 “당신을 이렇게 바라보니 참 좋네”(Here’s looking at you, kid)라며 달랜다. 일사의 모습에 축배를 든다는 이 대사는 영화에 나오는 많은 뛰어난 대사 중 가장 유명한 것이다.

또 다른 유명한 대사들 중에는 릭이 느닷없이 자기 카페 ‘릭스 카페 아메리캥’에 나타난 일사를 원망하는 “이 세상 하구 많은 싸구려 술집들 중에서 그가 하필이면 내 술집으로 걸어 들어오다니”와 영화 마지막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프랑스 경찰서장 르노(클로드 레인스)가 하는 말 “평상시 의심하던 놈들을 잡아와” 그리고 릭이 르노에게 말하는 영화의 마지막 대사 “루이, 이게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 같구먼” 등이 있다.

영화에서 릭의 카페의 피아니스트이자 가수인 샘(둘리 윌슨)이 일사의 간청에 못 이겨 부르는 센티멘탈하고 로맨틱한 ‘애즈 타임 고즈바이’(As Times Goes By)는 원래 브로드웨이 뮤지컬 ‘에브리바디스 웰컴’에 나오는 노래를 빌려다 쓴 것이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유 머스트 리멤버 디스/어 키스 이즈 저스트 어 키스/어 사이 이즈 저스트 어 사이/더 펀더멘탈 싱즈 어플라이/애즈 타임 고즈 바이’. 그런데 드러머이자 가수였던 윌슨은 피아노를 칠 줄 몰라 건성으로 손가락만 움직이고 피아노는 다른 사람이 쳤다.
1942년에 개봉되면서 비평가들의 절찬과 함께 빅히트를 하고 오스카 작품, 감독(마이클 커티즈) 및 각색상을 받은 ‘카사블랑카’는 무대에 올려지지 않은 희곡 ‘모두들 릭의 카페에 모이네’(Everybody Comes to Rick’s)가 원작.

당초 1943년 여름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1942년 11월 연합군이 북아프리카에 상륙한 것을 호재로 삼아 그 해 추수감사절에 뉴욕에서 프리미어가 열렸다.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1943년 1월23일 카사블랑카에서 열린 루즈벨트 대통령과 처칠 간의 영수회담에 맞춰 개봉됐다. 두 세계 정상이 현지에서 이 영화를 함께 봤다는 설도 있으나 사실로 확인된 바 없다.

영화가 빅히트를 한 또 다른 큰 이유는 전란에 휘말린 사람들의 극중 배경과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처해 있던 시대적 배경이 일치했던 사실성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로코는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해외 집결지이자 나치를 피해 미국이나 남미로 도주하던 유럽계 유대인들의 중간 거점이었다.


영화에 나왔을 때 보기(보가트의 애칭)는 43세로 그의 최고의 전성시대였다. 이 전만해도 보기는 갱스터로 유명했으나 이 영화로 터프하면서도 로맨틱한 남자로 재탄생했다. 버그만은 당시 29세. 그 역시 이 영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영화는 나치 게슈타포 소령 하인리히 슈트라서(콘래드 베이트)가 카사블랑카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만 LA 인근 밴나이스의 메트로폴리탄 공항에서 찍었고 나머지는 전부 역시 LA 인근의 버뱅크의 WB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그런데 카사블랑카에는 영화 속의 카페를 그대로 모방한 ‘릭스 카페 카사블랑카’가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피아노도 영화 속의 모델과 같고 두 말할 것 없이 인기 신청곡도 ‘애즈 타임 고즈 바이’라고 한다.

한편 WHV는 영화 개봉 70주년을 맞아 3장의 블루-레이와 DVD 콤보 선물세트를 오는 27일에 내놓는다. 영화와 함께 2편의 기록영화 ‘카사블랑카: 언라이클리 클래식’과 ‘마이클 커티즈: 들어보지 못한 위대한 감독’ 등이 수록됐다. 이와 함께 3편의 장편 기록영화 ‘워너 형제들’과 ‘유 머스트 리멤버 디스: 워너 브라더스 스토리’ 및 ‘잭 L. 워너: 라스트 타이쿤’ 등도 수록됐다. 또 사진과 제작관계 문서 등이 담긴 60쪽짜리 책과 개봉 당시의 포스터 복사판 및 4개의 술잔 받침 등도 보너스로 포함 됐다. 65달러.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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