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3-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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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산 재개발지구 한쪽 귀퉁이 빈 터,
아이들이 개다리춤을 추고 있다.
포크레인 소리 잠시 멈추고,
장마철 햇살 비집고 살금살금 키가 크는 아이들.
아이들아 모여라, 개다리춤 추자.
천 원짜리 한 장 내걸고 춤 시합을 붙였다.
흔들다 지쳐 다리 사이로 엉금엉금 기는 놈도 있다.
누워서 두 다리를 하늘에 대고 부르르 떠는 놈 있다.
나도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줄기째 뽑혀 나와 털어내려 해도 올망졸망 매달려
허공에서 개다리춤을 추는 어린것들.
노랑머리 점박이 네가 최고야,
천 원을 상금으로 건네주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나도 아이들 틈에 끼어 털레털레 개다리춤을 추었다.
한 아이가 다가와 내게 동전 한 닢을 내민다.
조막손만한 7월 햇살에 빛나는 은화.
이런 상을 받은 게 얼마 만인가.
아직은 풀꽃들이 지키고 있는 재개발 지구 한쪽 귀퉁이.
이 땅에 두 발로 버티어 서 몸을 흔들어 봐.
언덕을 내려오며 열심히 열심히 개다리춤 연습을 했다.
동전 한닢 손에 꼭 쥐고 온몸 부르르 떨며

이명수(1945 - ) ‘개다리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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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구의 한쪽 귀퉁이, 포크레인 소리 속에서 개다리춤을 추며 아이들이 자란다. 세상이 무너져도 아이들은 개다리춤 같이 재미난 것을 찾아냈을 것이다. 누구나 천진한 아이들처럼, 걱정 없는 개처럼 뛰어 다니고 싶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춤 시합 붙였는데, 나중에는 자신이 한 아이로부터 동전을 상으로 받는다. 화자는 언덕을 내려오면서까지 개다리춤 연습을 한다. 온몸을 부르르 떠는 완벽한 개다리춤 선수가 됐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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