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풀자 그리고 잊자

2012-03-1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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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40살도 넘은 막내아들이 초등학생 때였다. 이빨이 고르지 않아 근처에 있는 교정치과를 찾아가 닥터 램이라는 의사를 만났다.
당시 우리는 겨우 집 장만을 하였고 새로운 사업을 막 시작한 터라 경제적 여유가 없었지만 치아 교정은 모양 뿐 건강상 필요하다는 생각에 감행을 했다. 따라서 당시 아들이나 나의 차림새는 여유있는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몇 달 동안 치료받고 치료비를 계산하는 날이었다. 치료비가 얼마인지 묻는 나에게 의사는 뜻밖의 말을 했다. “기도 중에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며 치료비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그럴 수 없다, 보험이 있다고 말했지만 의사는 끝까지 돈 받기를 거절했다. 알고 보니 그는 놀랍게도 나와 같은 몰몬교 교인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아들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응급실로 실려갔을 때, 그는 부인과 모하비 사막을 여행 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앰뷸런스를 타고 달려와 수술을 해주었다.
그 후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지 벼르면서도 오늘까지 못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얼마 전 남편이 교회 모임에서 만나 그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그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선의를 베풀고 잊어버린 것이었다.
“선의를 베푼 것은 속히 잊어버리고 받은 것은 기억하고 표시하자“는 이제 내 생활의 모토가 되었다. 그분의 손자는 지금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차순애 / 우드랜드 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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