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3-13 (화) 12:00:00
트럭, 하고 공기를 토하면 거대한 밤이 질주해온다 살다보면 폭력적인 기계를 몰고 고속도로를 점령하고 싶은 밤은, 꼭 온다 너는 비행소년에서 비행청년으로 자라고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을 엔진으로 장착한다 방향지시등이 고장 난 삶에서 넌 애인에게 예민한 급소를 들킨다 건기 내내 굶주린 사자처럼 넌 너무 오래된 이빨을 숨겼다 천천히 혈관을 따라 불법제조한 분노가 주입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혁명이 끓어오른다 식상한 표정으로 어머니가 시야를 흐린다 애야, 넌 너무 착하단다 이제 그만 일하러 가야지 어머니가 걸어갈 때마다 등 뒤에선 사리(事理)가 뚝뚝 떨어진다, B급 기름 같은 아버지와 길들여지지 않는 애인과 마이너스 통장을 보고도 그런 악몽을 견디다니 어머니는 트럭보다 무서운 기계다
아, 씹어먹고 싶은, 으깨고 싶은 밤은, 꼭 온다 트럭, 하고 입을 벌리면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고 불만을 가득 채운 가스통을 싣고 트럭들이 몰려온다 어제도 그제도 백 년 전에도 너는 나는 방치된 유전자다
- 하린(1971 - ) ‘트럭’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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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하고 소리내보니 과연 거대한 밤이 달려온다. 불만을 가득 채운 가스통을 실은 트럭들이 녹색불로 금방 바뀐 신호등 앞에서 발진하고 있다. 바람과 달을 노래하고 ‘사리(事理)가 뚝뚝 떨어’지던 과거의 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가득하다. ‘씹어먹고 싶은, 으깨고 싶은 밤’이 우리에게도 있었던가. 길들여지고 무기력한 자신이 못마땅할 때, ‘트럭’의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