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상여의 외교

2012-03-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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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니까 2000년도 훨씬 전의 사람이다. 그런 고대사에 등장하는 사람 중 오늘날의 중국사회에서도 존경을 받는 인물의 하나가 조(趙) 나라 혜문왕(惠文王) 때의 명신 인상여(藺相如)다.

당시 중국 천하는 흉포한 강성대국 진(秦)나라의 횡포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형편이었다. 그런 진나라가 어느 날 우호관계를 맺자는 빌미로 조의 혜문왕에게 회합을 청해왔다. 안 가면 침공의 구실을 줄 수 있다. 갔다가는 포로가 될 위험도 있다.

결국 회합장소로 갔다. 이 때 동행한 사람이 인상여다. 진나라 왕은 술자리가 무르익어가자 조나라 왕에게 거문고를 타기를 요청했다. 다른 게 아니다. 일국의 왕에게 수치를 안겨주자는 의도였던 것.


위세에 눌려 조나라 왕은 마지못해 거문고를 탔다. 그러자 진나라 어사가 나와 이를 기록했다. 외교문서와 역사기록으로 남겨 조나라 왕에게 망신을 주려 든 것이다.

그러자 인상여가 진나라 왕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 조왕은 진왕께서 진나라 음악에 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청컨대 분부(도자기로 만든 악기의 일종)를 드리오니 서로가 즐기도록 해주십시오.”

진왕이 불쾌한 기색을 보이자 인상여는 은근히 한 마디 했다. 그 자리에서 진왕을 암살하고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식의 협박을 한 것이다. 그 기세에 눌려 진왕이 분부를 두들기자 조나라 어사는 이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런 응수도 오갔다. 진나라 신하들이 우호의 제스처로 조나라가 15개의 성을 할양하라는 압력을 가한 것이다. 그러자 인상여는 진나라가 함양(진나라 수도)을 양도할 것을 요청했다. 진왕은 연회가 끝날 때까지 조왕을 누를 수 없었다.

중국과의 관계가 계속 꼬이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요청했으나 탈북자들을 모두 죽음이 기다리는 북한으로 송환시켰다. 그 중국이 또 한국의 최남단 이어도를 자국 관할 해역의 일부라며 해양 감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한 정기 순찰 대상에 포함시켰다.

탈북자 송환이라는 극악무도한 조치도 모자라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날로 흉포해지고 있는 이 중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중국정권을 대할 때 더 대담해져야 한다.” 프랑스의 석학이자 중국 전문가인 기 소르망이 일찍이 한국방문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가 제시한 것이 인권문제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 교역하면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보다 당당한 입장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을 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한 것이다.

‘강한 사람을 존중하며 자기원칙에 따라 단호히 행동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못 한다’-. 20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로 통하는 대 중국 외교의 기본 원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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