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인 투자가들 ‘침체시장에 활력소’

2012-03-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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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쌀 때 구입 → 임대 → 오르면 팔아 차익 실현

▶ ‘맘앤팝’ 투자 열기

개인 부동산 투자가들이 침체된 주택시장에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 모기지 금리 하락, 풍부한 임대 수요 등 부동산 투자에 필요한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요즘 투자용 부동산 투자 구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소규모 투자금으로 부동산 구입에 나서는 이른바‘맘앤팝’ 투자가들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보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유리한 투자환경 덕분에 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 맘앤팝에 의한 투자 열풍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USA 투데이가 최근 소개한 맘앤팝 부동산 투자 성공담과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 알아본다.

◇ ‘도널드 트럼프’를 꿈꾸며
시카고에 거주하는 린다와 바실리는 최근 오래 전부터 지녀온 부동산 투자의 계획을 드디어 실천에 옮겼다. 쌍둥이 자매지간인 둘은 수년 전부터 투자용 주택구입 계획이 있었지만 둘의 수입만으로는 당시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구입 타이밍만 저울질하던 자매는 투자계획을 처음 가졌을 때보다 집값이 3분의 1로 떨어진 지난해 시카고 다운타운 인근에 과감히 2채의 콘도를 보란 듯 구입했다. 테넌트를 찾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입 후 수주 내에 2채 모두에 테넌트를 입주시킨 자매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부동산 투자가가 되겠다”는 우스갯소리로 투자 결과에 만족해하고 있다.

쌍둥이 자매처럼 최근 가격이 폭락한 주택을 구입해 임대에 나서는 개인 투자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부동산 투자 열기에 뛰어든 투자가들은 주택 가격 하락, 임대료 상승, 풍부한 임대 수요 등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들의 이론과 기대는 간단하다. 싸게 사서 비용을 뽑을 정도의 임대료를 받은 뒤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남기거나 담보 대출로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것. 이 가운데 차익에 대한 기대를 뺀 나머지 두 가지를 현실로 이루는데 투자경험이 없어도 큰 어려움이 없다.

◇ 주택시장 살리는 맘앤팝 투자가들
존 번스 부동산 컨설팅의 존 번스 대표는 “현재 이같은 기대를 지니고 투자용 주택 구입 열기에 합류하는 투자가들이 전례 없이 많다”며 최근의 투자 열기를 소개했다. 투자용 주택 구입 열기는 잔뜩 가라앉은 주택 구입 수요에 큰 활력소 역할을 해내고 있다.

존 번스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167개 주택시장에서 투자용으로 거래된 단독주택(콘도 포함) 전체 거래 주택 중 약26%를 차지했다. 주택시장이 그나마 괜찮았던 2007년도와 비교해도 지난해 투자가들의 구입 비율은 약 21%나 증가한 수치다.

개인 투자가들의 투자용 주택 구입 열풍에 정부도 가세했다.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는 정부 금융기관이 보유한 차압매물을 투자가에게 매각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최근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보유한 차압매물은 현재 약 25만채로 추산되는데 정부의 임대주택 전환 프로그램이 성공할 경우 개인 투자가들의 투자 열기는 더욱 과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발표된 정부 보고서에서도 개인 투자가들의 투자가 대규모 투자사들보다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개인 투자가들이 1~2채의 주택 구입에 필요한 주택 대출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 반면 한 지역에서 대량의 주택을 구입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사들의 경우 필요자금을 대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위 바이 어글리 하우스’란 광고 표어로 잘 알려진 홈 베스터스 오브 아메리카의 데이빗 힉스 공동 대표는 “지금 이야말로 맘앤팝 투자가들이 투자에 나서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 대부분 장기 보유 목적의 투자
훠캠프 부부의 투자계획은 전문 투자그룹에 못지않다. 부동산 투자에 뜻을 품고 2006년 가지고 있던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마련한 부부는 집값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가 2009년 첫 투자용 주택을 구입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 구입한 주택은 집값이 덜 떨어진 ‘미숙한 투자’였지만 부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 4채의 주택을 더 구입했다. 부부는 현재 투자용 주택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융자금은 물론 관리비까지 제외하고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30대인 부부의 목표는 3~5년 내에 주택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겠다는 것. 60세까지 투자용 아파트의 유닛수를 60유닛으로 부풀린 뒤 은퇴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

훠캠프 부부처럼 최근 개인 투자가들에 의한 주택 구입은 과거와 달리 단기에 되팔기 위한 목적이 드문 것이 특징이다. 대신 구입 후 수년간 보유하려는 목적의 구입이 최근 투자용 주택 구입의 대세다.

온라인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업체 질로우닷컴의 스탠 험프리 연구원은 “단기 매매 차익만을 노리는 플리퍼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며 “대신 장기 보유 목적의 구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보유 목적이 늘고 있는 이유는 임대료 수익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존 번스사에 따르면 주택 임대 수익률이 평균 약 8%대를 넘어서고 있다. 만약 현금 10만달러로 주택을 구입했다면 재산세를 포함, 관리비를 제외한 뒤 연 8,000달러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 건물주로서의 고충 알고 투자나서야
투자용 주택 구입이 예전보다 수월해졌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투자에 나설 일은 아니다. 건물주가 되기 위한 준비 자세 없이 투자에 나섰다가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훠캠프 부부에 따르면 냉정한 마음가짐이 부동산 투자의 첫 번째 수칙이다. 투자 원칙 대로 임대료가 연체되는 세입자는 빠른 시일 내에 퇴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세입자의 곤란한 사정만 생각했다가는 곧장 투자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한밤중에 급한 수리를 요청하는 세입자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 세입자와 언제든지 법정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두고 부동산 투자에 나서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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