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2-28 (화) 12:00:00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옷을 벗는다
보통은 이른 아침이나 초저녁이지만
어떤 날은 시도 때도 없다
팬티는 안 입고 있기가 일쑤다
손님이 지목하는 날이면
대낮에도 서슴없이 벗겨진다
주로 그냥 서 있는 채로지만
급할 땐 곧바로 맨 바닥에
눕혀지기도 한다
어느 날
벗은 채로 구석에 서 있다가
머뭇머뭇 다가온 남자 직원에게
희롱 당한 적도 있다
속이 비어 있어 상처받을 일 없으니
저렇게
몸을 내 맡기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정국희(1955 - ) ‘마네킹’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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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이 성 희롱에 몸을 내맡기면서도 상처받지 않는 것은 ”속이 비어“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한 연예인이 부당한 성접대에 시달려 자살을 해도, 급우가 왕따, 폭행에 집단강간을 당해도, 지하철 귀퉁이에서 성폭행이 일어나도, 못 본 척 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마네킹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온갖 비리와 부조리, 인간성 상실과 소외를 겪고 있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을 ‘마네킹’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