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2-23 (목) 12:00:00
변솟길이 어지럽다 두엄자리 눈 녹이던
햇살이 이마빡에서 쩔쩔 끓는다
친구들은 구렁이 같은 암칡 목에 걸고
신났을 거다 낫으로 토막 낸 암칡
이빨로 쭉 찢어 깨물 때마다 투둑투둑 터지는 알들
아구지가 물리도록 씹어댈 터이다
황방산 첫째 고개 눈이 소복한 데서 비료 푸대 타고
쌔앵 바루산 밑자락까지 미끄러질 터이다
문지방 잡고 일어섰는데 핑핑 어지럽다
함석차양 너덜거리는 살에 점점이 못 치는 소리
동치미 뜨러 가는 누님 고무신짝 끄는 소리
장독 뚜껑 미끄러지는 소리 댓잎 잦히는 소리
쿨룩거리는 목구멍에 그런 소리들이 섞인다
이병초(1963 - ) ‘독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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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친구랑, 둘 다 독감에 걸린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했다. 이렇게 낮밤의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에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예나 지금이나 독감이 유행하기 마련인가 보다. 문지방 잡고 일어서며 핑핑 어지러운 가운데, 암칡 캐먹던 어릴 적 친구들도 떠올리고 동치미 뜨러 가는 누님의 고무신짝 끄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가물가물 환청처럼 들리는 그리운 소리들, 보고 싶은 모습들이 그 날 그 때처럼 먹먹하게 떠오른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