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2-1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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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돌아오듯
꽃대 올라서며
여린 이파리보다 꽃이 먼저라 피어나고

동풍 불러 강물을 풀어서
연어 떼 모천으로 찾아들면
기러기마저 급하게도 알을 품어댄다

어둠속 긴긴 겨울 헤맨


허기진 발걸음이 질질대던
앙상한 뼈 가죽 황소 사슴은
햇빛 앉은자리 찾아 뜯으며
얼룩덜룩 털갈이를 하고나면

시린 태양은 만년설에 빛 부셔
한 눈 팔다 갈 길 잃어
서산이 멀기만 하여라


서용덕(1955 - ) ‘알래스카의 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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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로 글을 쓰고 있는 미주의 한인 작가들은 모두 한국문학의 변경에 서있는 개척자들이다. 한국에서라면 다룰 수 없는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한국문학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키고 있다. 서용덕 시인은 한인들이 드문 알래스카에 거주하며 시를 쓴다. 만일 그가 없었더라면 겨울이 긴 알래스카에서 맞는 봄의 감격을 어떻게 느껴볼 수 있으며 봄의 태양이 만년설에 눈부셔 갈 길을 잃고 헤맨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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