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는 숫자일뿐

2012-02-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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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에는 올해 84세인 수영코치가 있다. 이름은 윌리엄 랜돌프. 그는 1951년 베를린 올림픽 수영부문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그의 이름을 붙인 수영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몇년 전 우리 아이들도 그 수영센터에 등록해 수영을 배웠다. 보통 미국인 강사와는 전혀 다른 스파르타식 훈련이었다. 물이 무서워 떠는 아이들을 물에 냅다 꽂는 스타일이다.

우리집 옆 바트길을 따라 제법 운치있는 야생화길이 가꿔져 있다. 올해 85세인 길할아버지는 지구환경 지키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다. 4년 전 ‘지구의 날’ 행사 취재를 갔다가 만나 그분이 가꾸고 있는 야생화 길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40여종의 야생화가 줄지어 피어있는 바트길을 걸을 때면 이른 아침, 호미와 낫을 들고 꽃길로 향하던 그분의 구부정한 뒷모습이 생각나곤 한다.

우리 동네 최고령 할아버지로 추정되는 한 분이 있다. 매일 아침 등교시간에 학교 앞 횡단보도를 지키는 그분은 90세가 넘어 보이는데 교장선생님은 그의 이름이 ‘밥’ 이라는 것 외에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 사시사철 늘 그 자리를 지키시던 밥 할아버지가 어느날 안 보이면 웬지 불안해진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횡단보도에서 다시 교통정리를 하고 계신 걸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세월은 어디론가 흘러가버리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다. 흐르는 시간만큼 연륜도 깊이도 내공도 쌓여 그만큼의 잔잔한 빛을 발하는 듯하다. 젊음과 세월을 무색케 하는 우리 동네 명품 할아버지 3인방. 부디 오래오래 뵐 수 있기를 빈다.


송혜영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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