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잠자는 밍크코트

2012-02-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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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밍크코트’ 하면 아무나 입어 볼 수 없는 선택 받은 귀부인들의 옷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같은 사람도 몇 벌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옛날과 같은 취급을 받지는 못한다.

그런데 그 코트들이 몇 년 전부터 아무리 추어도 옷장에서 나오지를 못 한다. 기온이 떨어져 무슨 코트를 입을까하고 옷장에 들어가 보면 역시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밍크코트 인데도 차마 전 같이 무감각하게 꺼내 입을 수가 없다. 그 코트들을 볼 때 마다 동물 애호가들이 외치는 소리도 귀에 쟁쟁하지만 밍크 농장 좁은 공간에서 운동도 못하고 살아가는 어린 밍크들이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몇 년 전 우연히 한 기록영화에서 본 밍크 농장은 충격적이었다. 유럽 특히 덴마크나 네덜란드의 밍크 농장은 전 세계 밍크 가죽의 60% 정도를 공급한다는데, 사육 방법이나 가죽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처참해 보였다.


유럽 6,000여개의 밍크 농장에서 한 해에 사람들의 방한용품 또는 사치용품을 위해 죽어가는 밍크는 대략 4,000만 마리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다른 동물들이 수백만 마리…. 좁디좁은 공간에서 자란 밍크는 실신만 시킨 상태에서 가죽이 벗겨진다. 완전히 죽은 상태에서 가죽을 벗기면 가죽의 부드러움이 덜하다 하여 실신 상태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인간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사람은 개를 칭찬하게 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코트 하나 만드는데 70여 마리의 밍크가 죽어야 한다니 밍크에게 감사(?)하며 코트는 오래 오래 깊은 잠을 자게 하고 싶다.

정영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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