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불유예 프로그램

2012-0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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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중 칼럼

오바마 행정부는 여러 가지 경기부양책을 내어 놓았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결과만을 보면 정부의 여러 가지 핑크빛 정책들이 그리 성공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 중에도 특히 주택경기의 부양을 위하여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내어 놓았다. 금리를 낮추고 융자기간을 늘려서 높은 페이먼트를 현실적으로 낮게 조정해주는 융자재조정(Loan Modification), 떨어진 주택가격을 감안하여 현재 주택가격의 125%까지도 융자가 가능한 재융자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한인들에게는 큰 혜택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정책들의 목적은 모두 수입이 줄거나 아주 없게 되어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채무자들에게 적당한(affordable) 금액으로 페이먼트를 낮춰 주어서 주택차압을 막아보려는 것이며, 지난 1월 중순에는 그동안 시행되어 오던 실직자를 위한 지불유예 프로그램을 확대 연장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내용은 불경기로 인해 주택 페이먼트가 어려운 많은 주택소유주들 중에 특별히 실직을 해서 페이먼트가 어려운 경우 페이먼트를 일정기간 보류해 주는 지불유예 프로그램 (Special Forbearance program)이 그것이다.

지난해 4/4분기 이후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전반적인 경기내용이 빠른 시일 안에 안정세로 접어 들 것 같지 않자 연방정부에서는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차압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시 주택소유주들을 돕기 위한 정책을 연장, 확대하여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에 상당히 많은 우리 한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되어 그 내용을 간추려서 쉽게 설명해 보려 한다. 내용은 페니매와 프레디맥, 즉 두 국책 모기지 기관이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길게는 일년 동안(필요한 경우엔 개월을 더 연장해서), 즉 최장 18개월 동안 모게지 페이먼트를 형편에 맞추어 낮게 조정하거나 아예 당분간 내지 않고도 주택이 차압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주택 소유주인 채무자가 조만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 지불유예 프로그램은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당분간 갚기 어려울 만큼 큰 금액의 병원비가 밀려 있다거나 혹은 자연 재해를 비롯한 비상 사태로 인하여 페이먼트 능력이 없을 때에도 해당된다.

위의 이유들로 모기지 페이먼트를 할 수 없을 때 지불유예의 혜택을 볼 수 있으려면 다음의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채무자인 주택소유자가 직접 살고 있는 집만 해당되므로 투자용 주택이나 보통 말하는 휴가용 세컨드 하우스 등은 제외된다.

그리고 실직이 되었어도 혹시 다른 수입원이 있는 경우에는 집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 즉 월 페이먼트에 재산세, 보험, 관리비용을 합한 것이 총수입의 31%이상으로 많아야 한다.

물론 월 수입이 없어도 페이먼트를 낼 수 있을 만큼 여윳돈(은행잔고도 확인한다)이 있다면 이번 지불 유예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수혜 대상이 되면, 실직 이전부터 납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어도 집이 차압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패니매는 오는 2월부터, 프래디맥은 3월부터 이 규정을 발효한다.

하지만, 모기지 융자액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납부일을 연기시켜준 것으로 유예 기간이 다 지나고나면 융자금을 갚아야 한다. 정해진 상환 스케줄에서 일정 기간 동안 납부를 하지 않았으니 남은 기간 동안 갚아야 할 돈은 더 늘어나는 셈이다.

특별히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 주택 소유주들이 조심해야 되는 것 중의 하나가 크레딧 문제이다. 이 지불유예 프로그램에 해당이 되어 페이먼트를 안하게 되면 은행은 크레딧 기관에 페이먼트 연체를 일단은 보고하게 되어 있어서 당사자의 크레딧 레포트에 반영이 되고 크레딧에 기록이 올라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실직기간 동안 월 페이먼트 전액을 뒤로 미루었거나, 낼 수 있는 적은 금액으로 줄여주었다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여 다시 페이먼트를 시작하게 되어도 실직기간 동안 내지 않은 금액을 이자와 더불어 모두 내야 한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이런 일시적인 페이먼트 지불유예 프로그램은 상업용 건물이나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해당되어 실제로 일정 기간 동안 페이먼트를 연기해 주기도 한다. 상업용 건물의 경우 현재 테넌트의 명단과 들어오는 렌트 수입과 세금 보고 등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비즈니스 융자도 일정 기간의 지불유예가 가능한데 어려움에 처하게 된 원인 분석과 회생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현재 운영 상태와 재정 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SBA융자일 경우에는 연방정부의 보증을 받은 관계로 이자율 등을 조정할 수는 없어도 역시 6개월에서 1년 정도 페이먼트를 낮추거나 전액을 유보해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기간 안에 매출이 올라가지 않는다든가, 전과 같이 회복되기 어렵다면 나중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잠시 동안 자금회전에 도움이 될수는 있지만, 융자금액은 줄지 않았고, 크레딧은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하다보니, 자영업을 많이 하고 있는 우리 한인들에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일 듯 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획기적인 방안, 즉 모든 서민들에게(수입 많은 사람 제외하고) 남아있는 융자금의 절반 정도는 딱 잘라 삭감해준다는 그런 화끈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나오면 가장 효과적 일 것 같은데, 이 오바마 정부에는 필자보다 머리 좋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정연중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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