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2012-02-01 (수) 12:00:00
신의 섭리에 의해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날에 생일이라는 날짜가 붙는다. 자신의 생일을 자랑스럽게 알리길 좋아하는 미국 문화가 생일을 알리기 싫어하는 우리 생활문화와 달라 나는 당황스러웠고 의아해 했다.
이곳에 이민 온 뒤로 가장으로서 꾸며가는 생활에 거의 생일을 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 얼마 전 70이라는 생일을 맞게 되니 감회가 깊었다.
30명의 친지와 가족이 모여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그동안 생일도 모르고 억척같이 살아온 나의 현실은 한때 외롭고 쓸쓸했지만 가족이 있고, 형제들이 있어 많은 위로와 격려로 이렇게 건강을 지켜가며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사와 변호사가 된 아이들은 나더러 은퇴하고 쉬라고 자주 권유한다. 이제 나더러 할아버지라고 부르니 쓰러져가는 고목으로 취급하는 듯 하여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현실이 고목이 되었는데 어찌하랴. 스스로 위로하면서 노인으로서 잘 갖추어야 할 것을 곰곰 생각해본다.
이진 / 버지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