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격려와 칭찬

2012-01-3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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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숲은 잎을 다 잃은 채 연약한 가지들을 끌어안고 긴 겨울을 지낸다. 구름이 가려도 해가 떠오를 것을 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나무숲은 새싹이 자라도록 옆 자리를 내주고 자기 키 만큼 자랄 때까지 어린 나무들을 위해 폭풍과 비바람을 막아 준다. 그래서 더 큰 나무숲이 이뤄지는 것이다.

나는 피난시절에 초등학교 교육을 재대로 받지 못해서 셈법과 국문법을 올바로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지금도 띄어쓰기나 철자가 틀릴 때는 번번이 얼굴을 붉히곤 한다.

핑계를 대자면 8명의 자식을 거느리신 부모님은 사랑하는 자식들을 먹이고 재우고 옷 입히는데 경황이 없으셔서 아이들의 학교 학습에 관심은 있으셨지만 거의 간섭을 하지 않으셨다. 몇 형제는 우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6.25때 초중학교를 다닌 형제들은 겨우 보통 성적을 받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부모님은 그런대로 만족하시는지 성적에 관해선 야단치시거나 윽박지르시는 법이 없으셨다.


그런데도 지금 생각하니까, 부모님은 형제들이 예절을 지키도록 엄하게 다스렸고 친구를 사귀는 데는 자유롭고 너그럽기까지 하셨다. 그래서인지 형제들은 친구를 잘 사귀고 그 친구들은 각자 다양한 성격과 재주와 배경을 갖고 있었다. 부잣집, 가난한 집, 공부 잘 하는, 못하는 등등, 여러 모양의 친구들이 친형제들처럼 우리 집에 드나들었다. 그들 모두가 똑같이 어린 나에게 공을 잘 찬다고, 노래를 잘 한다고, 책을 잘 읽는다고, 심지어는 머리가 좋다고, 잘 생겼다고 볼 때마다 칭찬을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일들 때문에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글쓰기를 즐겨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나의 수줍어하는 모습이 점차 사라져 가고 사람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던 것이다.

조금 모자란 아이에게는 격려를, 그리고 잘 한 아이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 사람을 키우는 지혜이다. 나무숲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자기 옆자리에 자기만큼 자라난 나무가 대견스럽고, 함께 나무숲을 더 깊고 울창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을.


양민교 /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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