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르익어 가는 ‘주택시장 회복’ 징후들

2012-01-26 (목)
크게 작게

▶ 캐나다·브라질·중국 등 외국인들도 매입 러시

전문 투자자들 “사자”
이자율 바닥행진 계속

급매성 매물 매매기간 단축
모기지 재융자 신청 급증


올해는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어느 해보다 높다. 집값은 떨어질 때로 떨어졌고 모기지 금리는 장기간 낮은 수준으로 소비자 심리가 조금만 살아난다면 주택 시장은 당장이라도 살아날 태세다.


근래 보기 드문 최적의 주택 구입 여건이 ‘바이어스 마켓’ 상황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특히 부동산 투자자들에 의한 매입 활동이 부쩍 눈에 띄고 있는 점도 올 들어 나타난 주택시장 동향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올 만한 주택 구입 시기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 밖의 주택시장 최신 동향을 짚어본다.


■ 투자자들에 의한 구매활동 활발
올해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부동산 투자자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겠다. 현금 동원력을 갖춘 부동산 전문 투자자들이 이미 차압주택 등 시세보다 낮은 매물을 중심으로 활발한 매입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주택 5채 중 1채는 부동산 전문 투자자들의 ‘먹잇감’이었을 정도로 투자자들에 의한 주택 매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매입 활동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캐나다, 멕시코 등 인근 국가는 물론 중국, 브라질, 영국, 러시아 등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미국 주택매입 활동이 올 한해 이어질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내에서도 주택 가격이 폭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휴가철 용도의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데 캐나다 투자자들은 애리조나주, 브라질 투자자들은 플로리다주, 중국 투자자들은 주로 가주 지역의 매물 구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모기지 금리 낮은 수준 유지
모기지 금리는 당분간 현재의 낮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연방 정부가 연초부터 주택시장을 중심축으로 하는 ‘경제 살리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 당분간 모기지 금리를 포함하는 시중 금리 인상 억제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 수준이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이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기지 은행업협회(MBA)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의 경우 올 상반기 동안 최고 약 4.1%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록적으로 낮은 모기지 금리가 이어지자 모기지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모기지은행업협회의 18일 발표에 따르면 모기지 신청이 전주 대비 무려 2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지 신청은 전주 4.5% 증가에 이어 2주째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급매성 매물 매매기간 단축
올해 주택구입에 관심이 있다면 숏세일, 차압 매물 등 급매성 매물의 매매기간이 단축되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장 1년씩 걸리던 숏세일 매물의 매매기간이 최근 들어 약 90일까지 단축되는 등 급매성 매물의 매매 기간이 빨라지고 있다.

은행 측 자산관리 담당부서의 숏세일 매물 처리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고 숏세일 거래를 승인하는 은행도 증가 추세여서 숏세일 매물의 매매 기간은 앞으로 더욱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차압매물 처리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가격이 적절하다 싶은 매물은 여러 건의 구입 오퍼가 몰리고 있어 거래를 체결하는 데도 수일이면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부 차압매물의 경우 구입 경쟁이 심해 당초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이 매매될 정도로 차압매물 구입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 주택 구입 지금이 최적기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은 이미 안정권에 진입했다. 그간 집값이 더 떨어지기만 기다리며 주택 구입 시기만 저울질 하던 대기 구매자들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이 지금 주택 구입에 나서야 한다고 업계는 격려중이다.

라스베가스 소재 리맥스 벤치마크의 스티브 앤더슨 대표 브로커는 “주택시장이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주택 구입 시기를 묻는다면 바로 지금이라 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주택시장 침체 정도가 가장 심한 라스베가스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올 정도면 전국적인 주택시장의 회복도 멀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앤더스 브로커에 따르면 라스베가스 지역은 최근 주택 거래가 매우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주택시장이 서서히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주택 가격 추가하락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세와 비슷한 가격대의 매물들은 단기간 내에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주택시장 전문가들이 올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주택시장 내에 공공연히 퍼진 주택시장 바닥심리가 주택 구입 심리를 부추겨 향후 주택 가격 하락폭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 가격이 하락이 예상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 집을 사도 손해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집값이 더 떨어지더라도 바닥이 멀지 않았고 모기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장기 보유계획의 주택 구입 시기로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이다.


■ 재융자 러시 예상
지난해 11월 발표된 정부의 재융자 프로그램으로 인해 올 초 재융자를 실시하는 주택 소유주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HARP 2.0’으로 불리는 정부의 재융자 프로그램으로 이제 주택 담보대출 비율(LTV)에 관계없이 재융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종전의 프로그램은 담보대출 비율이 125%가 넘을 경우 사실상 재융자가 불가능했다.

HARP 2.0 발표에도 불구, 최근까지 HARP를 통한 재융자 신청 건수는 이렇다 할 만큼 늘지 않고 있다. 정부 발표 후 국책모기지 은행인 프레디맥과 패니매가 재융자 심사 규정을 정비하고 있고 대출 은행들도 새 규정에 맞춰 내부 규정을 재정비하는데 최근 시간을 쏟고 있다.

따라서 정비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는 3월 이후부터는 HARP를 통한 재융자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터스톤 모기지사의 댄 그린 융자 브로커는 “정부의 새 재융자 프로그램 발표 후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현재 HARP 2.0의 본격적인 시행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반면 모기지 저금리가 이어지며 일반 재융자 신청은 급증하고 있다. 모기지 은행업협회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재융자 신청은 5개월 만에 최대 폭인 전주 대비 약 26% 급증했다. 재융자가 전체 모기지 신청건수 중 차지하는 비율도 약 82.2%로 늘었다.


<준 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