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1-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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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류산 야외 수영장 매표구에 줄을 섰는데
불쑥 나타난 젊은 건달이 새치기를 한다
순간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수영 팬티를 갈아입으며
뱃살이 접혀지고 허벅지는 마르는
내 기형을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2002년 8월 12일 오후 3시 30분
쉬엄쉬엄 물살을 가르며 5번 라인을 타는데
방년의 색시가 나를 추월해 간다.


마흔이 되도록 나는 청춘인 줄 알았다
다시는 주먹을 쥐지 않으리라.

장정일(1962 - ) ‘청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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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새해 아침에 먹지 않으려고 밀쳐두었던 나이를 설을 쇠면서 어쩔 수 없이 먹었다. 설은 나이가 한 살 더 늘어났다는 자각을 확실히 불러일으켜준다. 수영장에서뿐이랴. 도처에서 젊은이들로부터 추월당하며 청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하지만 나이는 순리를 따라,‘다시는 주먹을 쥐지 않으리라’와 같은, 보다 이지적이고 문화적인 결심을 하게도 만든다. 철들자 환갑이라더니.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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