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설날 유감

2012-01-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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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遙知兄弟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타향에 홀로 나그네 되어/ 명절을 맞을 때마다 육친이 더욱 그리워/ 고향 형제들 함께 높은 곳에 올라/ 수유를 꼽을 때 문득 한 사람 빠져 있음을 알겠지)

성당(盛唐)의 시인 왕유(王維)가 쓴 시이다. 중국의 명절 9월9일 중양절에는 국화주를 마시고 산수유를 꽂고 높은 곳에 올라 즐기는 전통이 있다. 그 중양절을 객지에서 맞은 감회를 읊은 것이다.

타향에서 명절을 맞는다. 그럴 때 마다 엄습해 오는 것은 아무래도 짙은 향수(鄕愁)다. 사람에 대한 말 못할 그리움이다.
고향을 떠난 사람, 자녀들이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늙은 부모들, 이들에게는 명절은 오히려 그리움이, 외로움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계절에 그들은 더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나오는 푸념은 이런 시즌이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것이다.

연말의 그 시즌은 그래도 덜 쓸쓸한 계절이다. 그 유래야 어찌됐든 세계인이 즐기는 명절이다. ‘한국 따로, 미국 따로’가 없는 것이다.
거리마다 쇼 윈도우가 요란하게 장식된다.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고 먹고 마신다. 흥청거리는 것이다. 이 시즌은 나눔의 계절이기도 하다. 양로원을 방문하고 고아원을 찾는다. 온정을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장엄한 예배가 드려진다.

세배를 드리고 차례도 지낸다. 떡국을 먹는다. 한국 고유의 명절 설날의 풍속이다. 그 풍속은 그러나 점차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밤을 지샌다. 그믐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는 풍설에 따라. 거기다가 윷놀이·널뛰기·연날리기…. 아득히 오랜 세월동안 지켜져 오던 풍속이다. 이런 것들이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추억 속에서나 찾아질 뿐이다.

그 설날을 그나마 미국에서는 ‘Chinese New Year holiday’로 불린다. 한국 고유의 명절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설은 어딘가 더 외로운 명절이 되고 있는 느낌이다. LA라는 미주 땅에서는 더 더욱이.

그 설날을 또 맞았다. 음력으로 새로 한 해가 시작된 날이다. 천지만물이 부활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데서 흰 떡국을 먹는다. 그리고 덕담을 나누는 날이다.
설날을 한인 스스로가 커뮤니티 할러데이로 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뵙는다. 이 땅에 나그네 되어 홀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함께 떡국을 들며 잔치를 베푼다. 커뮤니티가 하나가 되어 그런 고유의 명절로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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