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1-17 (화) 12:00:00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 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 달리는 소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박정대(1965 - )‘음악들’ 전문
격렬하고 비장하고 열정적인 내 청춘에 걸맞는 격렬비열도란 이름을 가진 섬에는 눈이 내린다. 겨울밤이 위구르 말발굽 소리를 내고 있을 때, 너와 나는 입맞춤으로 밤을 지새운다. 누군가 파를 써는지.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지, 눈이 내리는 소리인지 사락사락 새벽 귓전에 음악처럼 맴돈다.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떠나고 싶어했던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과 같은 추억과 낭만의 세계를 눈이 내리면 누구나 한번쯤 떠올리게 되나 보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