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글쎄 말이야. 어찌됐든 너무나 충격이 컸어. 나 아무래도 다시 단체장을 맡아야 될 것 같아.” 퍽 오래 전 LA한인사회에 잘 알려졌던 사람이 내뱉었던 탄식이다. 무엇이 그토록 충격이었을까. 그 사연은 이랬다.
한 한인 마켓에 들러 쇼핑을 마치고 카운터에 서서 계산을 했다. 소정의 금액을 체크로 지불하려고 하자 드라이브 라이선스를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그게 바로 충격이었다는 거다.
단체장으로 활동하던 무렵, 조금 과장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게재됐었다. 총영사관 리셉션에서 각종 한인단체 행사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참석했었으니까.
그러던 신분이므로 어딜 가나 사람들이 알아보고 스스로도 유명인사로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잠시 단체장 일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마켓에 갔더니 종업원이 못 알아보고 ID를 요구하는 무례(?)를 범했던 것이다. 그게 바로 쇼크였다는 거다.
왜 단체장을 하나. 이민을 와 정신없이 뛰었다. 이제는 그런대로 살만해 졌다. 그래서 이제 주변을 좀 돌아보게 됐다. 주변을 위해, 또 커뮤니티를 위해 뭔가 이바지 하고 싶다. 이것이 일반화 된 답이다.
그러나 빗나가는 경우가 꽤 많다. 초심은 봉사였다. 세월이 가면서 그런데 생각이 달라진다. 봉사보다는 얼굴내기에 더 관심이 많아진 것이다.
그 얼굴내기에 단체장만큼 좋은 방편이 없다. 영사관이 신경을 써주고 언론이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연연한다. 그 결과 흔히 벌어지는 것이 감투싸움이다.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래도 좀 괜찮은 편이다. 자기 돈, 자기 시간 써가면서 얼굴도 좀 났으면 하는 정도의 바람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므로.
보다 심각한 문제는 단체장의 이름으로 단체를 파괴하고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다. 이 경우 봉사는 완전히 딴전이다. 돈이, 이권이 목적이다.
기금이 모여진다. 돈이 쌓이는 것이다. 그 경우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탈이 났다. 과거 폭동피해자 지원기금 관리가 그랬다. 노인 상조회 문제도 그랬다.
한미동포재단이 또 시끄러워졌다. 새 이사장 선출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져 나오더니 새 이사장의 불법 체류혐의 체포에, 공금유용의혹 등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거기다가 일부 이사의 동의만으로 건물 등 재산매각을 가능케 하는 정관추진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 결국은 돈이 아닐까. 동포재단은 1000만 달러짜리 한인회관 건물 관리를 맡고 있으면서 수 십 만 달러의 돈을 주무르고 있어 하는 말이다.
단체장이 되려면 최소한의 기본자격을 갖춰야 한다. 우선 개인적 자질과 품격이다. 적어도 신분이 확실해야 하고 한인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거나 폐를 끼친 적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투명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금을 관리하는 단체의 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때문에 자질검증 청문회 등의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의 필요성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