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의 종말, 아귀다툼만 남아

2012-01-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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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바이드’ (The Divide) ★★★

세상의 종말, 아귀다툼만 남아

핵진을 피해 지하실로 대피한 아파트 주민들.

세상 종말을 맞은 일단의 생존자들의 아귀다툼과 인간의 수성을 그린 끔찍하고 잔인한 일종의 공상과학 스릴러로 한밤용 영화다.

살육과 고문과 노골적인 섹스 신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학대가 판을 치는 영화로 시종일관 지하 벙커에서 얘기가 진행돼 협소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뉴욕에 핵공격이 가해지면서 빌딩들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주인공 중 하나인 에바(로렌 저맨)가 눈물을 흘리면서 아파트 창밖으로 내다보는 장면(촬영이 아름답다)으로 시작된다.


이어 극심한 혼란과 함께 아파트 주민들의 대피소동이 일어나고 일단의 남녀들이 아파트의 관리인 미키(마이클 빈)가 사는 방공호 모양의 지하실로 피신한다.

에바와 미키 외에도 잠옷 바람으로 어린 딸을 데리고 피신한 마릴린(로산나 아켓)과 여피와 깡패 같은 건달과 너드 등 9명이 지하실의 철문을 걸어 잠근 채 한 식구가 된다. 그런데 이들은 처음부터 사사건건 의견을 달리하며 악을 쓰면서 다툰다.

그 중에서 가장 냉정한 머리를 지닌 사람은 에바로 영화는 끝에 가서 에바와 함께 구원과 희망 없는 세상을 처연하게 보여준다. 깡통에 든 콩으로 연명을 하면서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광기가 발동, 짐승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철문이 열리면서 우주복을 입고 총을 든 남자들이 지하실 안으로 들어와 마릴린의 어린 딸을 납치해 가고 이 과정에서 살육이 일어나면서 외부 침입자 중 한 명이 사망한다. 그런데 영화는 이들 침입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히지를 않고 다만 이들이 인간을 재료로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만 보여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하실 안의 공포와 불안과 절망감 그리고 긴장감이 비등점에 이르면서 폭력과 아귀다툼과 증오 그리고 본능적인 섹스가 좁은 공간을 채우면서 악취를 풍긴다. 그리고 대피자들 중 일부가 방 사능에 오염돼 머리털이 빠지고 각혈을 하면서 완전히 인간성을 잃고 짐승이 된다.

한편 미키가 따로 자기 방에 식량을 잔뜩 준비해 놓은 것이 뒤늦게 발견되자 힘 있고 폭력적인 남자들이 식량을 차지하고 이를 미끼로 횡포를 자행한다. 그리고 인간의 수성이 극도에 이르면서 살인이 자행되고 생존자들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든다. 과연 마지막 생존자는 세상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절망감만 가득하다.

사비에르 젠스 감독. R. Anchor Bay.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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