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압매물’ 에 달렸다

2012-01-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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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매성 매물과 집값 전망

일반 매물은‘안정 궤도’준비 뚜렷
문제는 200만여채로 추산되는 차압매물
은행측 처분속도에 따라 하락폭 좌우


최근 발표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격 하락폭은 서서히 줄고 있고 급매성 매물을 제외한 일반 매물의 가격은 이미 하락세를 멈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발표들을 보면 주택시장 침체가 끝자락인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현재 쌓여가고 있는 숏세일 및 차압 매물 등의 급매성 매물이 올해 주택 가격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가가 업계의 관심사다.


급매성 매물이 전체 주택 가격 하락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은 확실하지만 하락폭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주택 가격 동향과 급매성 매물에 의한 주택 가격 전망을 알아본다.


◇ 주택 가격 하락세 완만
주택 가격 하락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락폭은 완만해졌다. 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 주택 가격은 전달 대비 약 1.3%, 전년 대비 약 3.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 조사기관 LPS 어플라이드 애널리틱스 역시 지난해 9월 중 주택 가격이 전달 보다 약 1.2% 하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스탠다드앤푸어스(S&P) 케이스 실러지수도 지난해 10월 중 20대 도시의 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약 1.2%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주택 가격 하락 소식 속에서도 낙관론을 유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주택 가격 하락 속도가 줄고 있고 급매성 매물을 제외한 일반 매물의 가격은 이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코어로직의 마크 플레밍 수석 연구원은 “최근 발표를 통해 주택 가격의 하락 방향이 옆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플레밍 연구원의 진단은 주택 가격 하락 속도가 완만해져 가고 있으며 서서히 ‘안정’ 궤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차압 매물에 의한 주택 가격 하락 불가피
올해 주택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차압 매물이 전체 주택 가격 하락을 이끌 것으로 확실시 된다. 일반 매물의 셀러와 달리 차압 매물의 셀러인 은행은 매물의 가격을 낮추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행 측으로서는 매매 차익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차압 매물을 처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반 매물과 비교도 안 되는 헐값에 차압 매물을 내놓고 빨리 처분해야 은행 측이 부담해야 할 손실도 감소한다.


따라서 은행 측의 차압 매물 매매량과 매매 속도에 따라 전체 주택 가격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 측에 의한 차압 매물 매매량이 많았던 달은 주택 가격 하락폭이 크게 기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택시장 침체 직후인 2008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시 은행측이 차압 매물을 마치 투매하듯 헐값에 주택 시장에 내놓는 바람에 주택 가격 하락폭도 매우 컸다.

최근 은행들이 지난해 발생한 부실 차압처리 사태 이후 한동안 지연됐던 차압처리 업무에 다시 제속도를 내며 차압 매물 거래량이 다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차압 매물 처리 속도에 따라 주택 가격 하락폭이 좌우될 수 있는데 현재 차압 매물량이 늘고 있어 아무래도 전체 주택 가격의 하락폭은 불가피해 보인다.


◇ 급매성 매물, 일반 매물간 가격 양극화 두드러져
전체적인 주택 가격 하락이 우려되지만 희망은 보인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급매성 매물과 비급매성 매물 간의 가격 하락폭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매성 매물의 가격 하락폭은 줄지 않고 있지만 비급매성 매물의 가격 하락폭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비급매성 매물의 가격 안정이 전체적인 주택 가격의 안정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코어로직사의 조사에 따르면 10월 중 전체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숏세일과 차압 매물 등 급매성 매물을 제외한 매물의 가격은 고작 약 0.5% 떨어지는데 그쳤다. 가격 하락이 멈췄다고 해도 될 정도로 하락폭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전달인 9월 경우 전체 주택 가격은 전년 보다 약 3.8% 떨어졌지만 비급매성 매물의 가격 하락폭은 이보다 작은 약 2.1%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거래된 비급매성 매물의 평균 가격 역시 전년과 비교 평균 약 2~3%대의 안정적인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캐피털은 올해 주택 시장에서 이같은 가격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 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 등 급매성 매물이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을 주도하는 반면 일반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을 지탱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일반 매물에 의해 주택 수요가 자극될 것으로 바클레이즈 은행 측은 내다보고 있다.


◇ 주택 가격 전망 두 가지 시나리오
현재 주택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차압 매물 증가에 따른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연체 모기지를 포함, 이미 차압됐거나 차압 절차를 밟고 있는 주택은 약 200만채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차압 매물이 어느 정도 소진되기 전까지는 전체 주택 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차압 매물에 대한 거래가 이뤄지면 해당 거래 기록이 이후에 있을 일반 매물의 거래 때 감정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감정가가 계약 체결가보다 낮게 나오면 은행 측이 주택 대출을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해 일반 매물의 셀러도 가격 인하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일반 매물이 차압 매물로 인해 가격 하락 영향을 받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반면 이같은 시나리오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도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주택 건설업 부문 스테판 김 분석가는 현재 일반 매물의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대기 주택 구매자들의 신뢰도가 지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주택 구매자들의 신뢰도가 힘을 얻게 되면 오히려 일반 매물의 가격이 차압 매물 가격의 안정을 이끌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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