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젠 ‘실용적, 가족중심’ 주택이 대세

2012-01-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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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인 보금자리 스타일이 바뀐다

장기침체 거치며‘소형화’뚜렷 속
‘드롭존’등 실내공간은 되레 넓어져
손님용‘포멀 리빙룸’·계단공간 없애고
주방·리빙룸 겸한‘오픈 패밀리 룸’인기


미국인들의 주택 도면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극심한 주택시장 침체기를 겪으며 ‘실용적’과 ‘가족 중심적’이란 단어가 최근 주택 설계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주택 건설업체들도 실용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요소를 앞 다퉈 주택 설계에 도입하고 있다. 주택의 크기도 과거에 비해 점차 소형화되는 추세며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는 요소도 새로 건축되는 주택에서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신규 주택 건축 때 사라져가는 디자인과 새로 등장하고 있는 디자인을 소개한다.



■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필요 없다.
최근 신규 주택 건축 때 실용적인 공간을 중시하는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침체를 겪으며 주택 구입자들 사이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공간에 돈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과감히 없애고 대신 온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하는 것이 최근 주택 설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기를 거치며 주택 크기의 소형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실내의 실용적인 공간은 오히려 크기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건축 설계업체 케이나인의 토니 워레마이치크 대표는 “최근 주택 구입자들은 건물 크기가 작은 주택을 선호하면서도 가족들이 매일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큰 사이즈를 원한다”며 최근 추세를 설명했다.

전국주택건설업협회의 스테판 멜맨 연구원도 “주택 구입 때 과거 투자성과 미래 가치를 고려하던 추세에서 이제 실생활에서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 포멀 리빙룸→오픈 패밀리룸
손님맞이용 용도로 웬만한 주택이라면 하나씩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포멀 리빙룸도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 손님맞이용 소파세트와 커피 테이블 등의 가구를 갖춰 놓고 있을 뿐 가족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같은 포멀 리빙룸 대신 온 가족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패밀리룸을 원하는 주택 구입자가 늘고 있다.

포멀 리빙룸의 경우 실내 일부 공간을 벽으로 구분해 설계됐지만 오픈 패밀리룸의 경우 공간과 공간 사이의 벽을 허물어 마련된 하나의 큰 공간을 뜻한다. 대개 오픈 패밀리룸의 경우 리빙룸, 패밀리룸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일부 주택은 다이닝룸, 주방의 기능까지 오픈 패밀리룸에 추가시키기도 한다.

과거에 벽을 세워 각 공간을 구분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오픈 패밀리룸에 가구를 적절히 배치시켜 여러 공간을 구분해 활용하는 것이 최근 추세다.


■ 계단 공간→침실이나 옷장
실내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나선형 계단이나 여분의 계단 공간이 있는 경우도 이제 ‘눈엣가시’와 같은 불필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나 나이든 부모와 함께 사는 가족의 경우 계단이 적거나 계단이 아예 없는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이같은 계단 공간에 실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추가하는 것이 최신 주택 설계의 두드러진 현상이다. 일부는 불필요한 계단 공간에 부모님 거주용으로 침실이나 욕실을 추가하기도 하고 일부는 1층과 2층에 각각 옷장 등의 수납공간을 추가로 설치하기도 한다.

옷장을 추가하는 경우 필요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KB 홈스 남가주 지사의 스티브 러프터 대표는 “주택 크기를 줄이려는 가족이나 시니어들은 실내 계단을 전혀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풀티그룹의 토머스 디렉터도 “최근 불필요한 계단 공간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한 적이 있다”며 “이 주택의 경우 우선 계단 공간에 나중에 제거가 쉬운 간이 옷장을 1층과 2층에 각각 추가했다”고 말했다.


■ 대디 오피스 → 라이프스타일 센터
과거 주로 부모의 사무용 공간으로 사용되던 실내 일부 공간이나 여분의 침실이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꾸며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센터가 대디 오피스와 다른 점은 부모는 물론 자녀 등 온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일종의 다용도 공간인 라이프스타일 센터는 주로 주방 옆에 위치하며 부모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사무실 기능을 담당한다.

라이프스타일 센터에 설치된 붙박이용 책상에서 주부는 각종 고지서를 검토할 수 있고 자녀가 방과 후 숙제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주부의 경우 주방 업무와 사무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를 특히 선호한다.


■ 기타 시설
•대형 욕조→스팀 샤워
최근 욕실 디자인에서는 스팀 샤워가 대세다. 과거 자쿠지 기능을 갖춘 대형 욕조가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여러 기능을 갖춘 비교적 큰 사이즈의 샤워룸이 인기다.

최근 선보이는 디지털 샤워룸의 경우 버튼 하나로 샤워룸의 스팀 기능, 조명, 음악까지 조절할 수 있는 첨단기능의 샤워룸으로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욕조의 경우 크기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며 노년층을 위해 출입 턱을 낮춘 욕조도 최근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브렉퍼스트 눅→실외 리빙룸
주방이 오픈 패밀리룸에 포함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주로 가족이 아침식사를 하는 공간인 ‘브렉퍼스트 눅’(breakfast nook) 공간도 사라지고 있다. 브렉퍼스트 눅 공간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대신 뒷마당으로 향하는 출입문을 설치해 야외 패티오 공간과의 연결 통로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그랜드 포이에 → 드롭 존
과거 대형 주택인 ‘맥맨션’이라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그랜드 포이에’(grand foyer)에 대한 인기가 이제 시들해져 가고 있다. 대신 물건을 잠시 내려두고 보관하는 장소인 일명 ‘드롭 존’(drop zone)이 그랜드 포이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랜드 포이에는 실내 입구를 이층까지 터서 웅장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꾸민 장소다.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이층 공간을 낭비하고 특히 에너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같은 공간을 이제 실용적인 바이어들의 요구에 맞춰 드롭 존이 대신하고 있다.

드롭 존의 넓이는 대개 100평방피트 정도로 과거 유행했던 ‘머드 룸’(mud room)이 변형된 공간이다. 머드 룸이 외출에서 돌아오면 신발이나 옷가지 정도를 정리하던 기능이었다면 드롭 존의 기능은 이보다 더 확대된 것으로 보면 된다.

옷가지뿐만 아니라 외출에서 돌아올 때 휴대한 물건을 잠시 보관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설들이 드롭 존에 설치된다. 옷가지를 걸어둘 수 있는 옷걸이는 물론 우편물을 정리할 수 있는 서류함,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이 책가방과 신발을 정리할 수 있는 가구에서부터 개인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 등이 드롭 존을 채우는 가구들이다.

주택 건축업체 풀티그룹의 스캇 토머스 디렉터 “과거 세탁실이 드롭 존의 일부 기능을 대신했지만 세탁실은 대개 주택 건물의 뒤편이나 2층에 위치하고 있고 공간이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드롭 존의 기능을 담당하는데 역부족이었다”며 “자녀들의 등하교와 물품보관 기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드롭 존이 최근 바이어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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