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의 바램과 다짐

2012-01-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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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중 칼럼

2000년이 시작될 때 새 천년을 맞이한다는 설레임과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며 생길 수 있는 컴퓨터 오류를 걱정하던 것들이 엊그제같이 생생한데 벌써 10년도 더 지나 201년 새해가 되었다.

지난 한해, 힘들게만 느껴지던 2011년을 돌아보니 의외로 어려웠던 일보다는 보람되고 감사한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일주일간의 연말 휴가 동안 온 가족이 모여 한해를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을 갖었다.

금년엔 모든 일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고, 그런 확신이 있어서인지 어느 해보다도 새해를 시작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50을 ‘知天命’(지천명)이라고 하는데, 벌써 50대의 중반을 넘기고 있어도 하늘의 뜻을 깨닫는 것은 역부족이다.


아무튼 이 글이 올해의 첫 칼럼이기에, 필자 개인의 바램과 다짐을 가볍게 적어본다. 새해의 첫 숙제는 아마도 몇 달 후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아이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될 것 같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고 더불어 대학내 기독학생 동아리모임의 회장직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아이가 졸업 후에도 학교에 남아 현재의 모임을 체계화시켜 좀 더 안정되고 기능적인 조직체로 탄탄하게 만드는 일에 봉사하는 일년을 허락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해도 한푼의 수입도 없을 것이 분명하니 용돈은 파트타임 일을 해서 조달할터이지만 다른 생활비를 지원해줄수 있는가의 의사타진 이었다.

이런 생각이 요즘 젊은이의 기개와 사고인가보다 하는 기특한 마음 사이로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아갈까의 고민을 하는, 졸업을 앞둔 아이의 모습이 조금도 없는 것 같음에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작년 여름방학엔 아프리카 케냐의 외진마을로 몇 달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온 일도 있었고,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흘렸던 졸업 후 신학대학 진학 얘기도 생각나 필자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아들아이가 가지고 있는 종교관, 그리고 가슴속에 품고 있는 커다란 꿈이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설명해 보인다면 쉽게 허락할 수도 있겠으나, 혹시 졸업 후 쉽지 않을 것 같은 극심한 취업난에 겁먹고, 도전해 보지도 않고 도망치는 현실도피의 방법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많은 소심한 부모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딴 곳으로 한눈 판 일년이 다음에 직장 구하기와 인생진로 선정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게 만든다.

허락을 해 달라는 것인지 이미 결정된 일이니 무조건 기쁜 마음으로 동의하라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아서 신경이 쓰인다.

졸업을 앞둔 아들아이의 진로에 관심을 갖는거야 부모 된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조언해야 마땅하지만, 모든 일을 아이의 결정에 맡기는 대범한 부모들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새해의 작은 바램이라면 우선 가족 모두 건강하고 사회 처음 발을 내딛는 연년생 두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서 같이 일하는 모든 에이전트들의 수입도 늘어나고 운영하고 있는 회사도 탄탄해지는 한해가 되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사실, 작년에는 어떤 일로 심하게 마음고생을 했었다. 같이 오랬 동안 함께 일하던 소속 에이전트로 인해 회사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은 일이 있었고, 그 일로 인해서 받은 인간적인 배신감에 몇 날을 잠 못 이루기도 했었다.

금전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인복이 많아 항상 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자부하던 자긍심이 무너지고, 그러한 일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필자의 나약함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일했던 오랜 시간의 인간관계와 우정이 부셔지는 것에 더 큰 상처를 받았었다.

어찌되었든, 이제 새해를 시작하며 바라는 또 하나의 바램은 지난해에 갖었던 그러한 얄궂은 마음속의 분노와 미움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일에 넓은 아량과 이해심을 갖게 해 달라는 것이다.

누구나 필자처럼 이렇게 정초에는 계획을 세우고 야무진 마음으로 한 해를 출발해 보지만 그 해를 마무리 할 때가 되면 언제나 허전하고 후회스러운 일이 많게 된다.

그렇지만 올해도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하며 바램과 다짐을 해본다. 실천할 수 있는 것만 계획해야 하는데 너무 많아서 문제이다.

우선 가능한 일로 신년계획에 더 추가한다면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려 한다. 어느 90을 넘긴 장수부부가 어느 T.V.프로그램에 출현해 그들이 평생을 다정하게 사랑하며 사는 비법이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하는 장면을 보았다.

가령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고등어를 맛있게 구워주어서 고맙다고 치사를 하면 아내는 맛있게 먹어주어서 고맙다고 화답 한다는 것이었다.

의도적이라도 이 장수부부를 닮아보려하고, 실행에 옮겨 보려한다. 닭살이 돋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진정을 담아서 고마움을 적절히 표현하는데 주력한다면 아마도 아주 좋은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고 서로간의 행복지수는 더 높아지고, 더 많아질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성실하자는 것이다. 올 한해 나에게 주어진 365일 하루 하루를 언제나 첫날처럼, 아니면 하루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힘차고 진지하게 살아가자.


정연중 / BEE 부동산 그룹대표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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