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1-05 (목) 12:00:00
하늘과 땅의 거리 꽃가지와 가지 사이
행성과 행성 사이에
운행의 거리가 있듯
그대와 내 사랑에도 그만한 거리가 있다
살찐 흙덩이 위에 빽빽이 난 근대 싹
넉넉히 자리 보아 솎아내는 봄날
파릇한 어느 싹 하난들 뽑아 아깝지 않으랴
김매고 물 대며 마음 밭에 가꾸는
상처 많은 작은 별
어둠 깊은 빛일수록
공들인 어느 꿈 하난들 욕심나지 않겠느냐
마성서 새말 가는 구름과 구름 사이
발왕산 자작나무들 외롭지 않게 서 있는
놓고도 가만 잡아주는
그만한 거리가 있다
김일연(1955 - ) ‘운행의 거리’ 전문
연애를 할 때,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밀고 당기는 일을 잘 해야 한다던 선배의 충고가 얄팍한 술수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우주의 존재들이 지켜야 할 운행 법칙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하루가 365번 지나면 새로운 일년이 꼬박꼬박 다시 열리는 것도 달과 지구, 태양이 서로 멀어지지 않게 당겨주면서도 충돌하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운행한 덕분이다. 저 자작나무들처럼 우리도 서로 ‘놓고도 가만 잡아주는 그만한 거리’를 유지할 일이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