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1-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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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는 이상해
그냥 여느 날과 마찬가지 날인데
모든 게 예사로 봐지지 않는 것이
만날 보던 건물도
그냥 그 건물 같지 않고
만날 건너던 건널목 신호등도
그냥 신호등 아닌
뭔가 별다른 신호등 같은
생각 드는 것이
어제도 그제도 계속 입던 옷인데
처음 입는 새 옷 같이
자꾸 내려다보이는 것이

골목에서 자주 만나던 강아지까지도
보통 어제 그 강아지일 것 같아
자꾸 돌아다 보이는 것이
늘 듣던 음성의 친구인데도
뭔가 반가운 소리 불쑥 할 것 같아
전화 받는 말이 더듬거려지는 것이
까마득한 동구의 바람인 줄
번연히 깨달으면서도
우리 반쪽에서도 벌쭉 웃으며
달려들 것 같은 착각 자꾸 겹치는 것이
새해 아침에는 이상해

오하룡(1940 - ) ‘새해 아침에는 이상해’ 전문


새해 아침은 이상하다. 매주 쓰는 ‘이 아침의 시’도 무언가 새롭고, 희망적인 시를 고르고 싶다. 이상하게도 올해는 불경기를 벗어나 돈도 많이 벌 것 같고, 노처녀 노총각도 결혼을 할 것 같고, 아픈 사람은 병상에서 벌떡 일어설 것 같고, 좋은 대통령이 뽑힐 것도 같고, 조국의 남과 북이 통일도 될 것 같다. 참, 이상하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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