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와 같다고도 하고 화살과 같다고도 한다.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2011년 한 해를 보내며 다시 한번 확인한다.
어린 시절엔 시간이 빨리 흘러서 훌쩍 커버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내 맘 먹은 대로,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어른이 되어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어주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빠르게 지나는 시간의 화살을 잡아두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들곤 한다.
학교일, 개인레슨, 가정일, 교회일$ 숨 가쁘게 바빴던 한해를 돌아본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은 없는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인연은 없는지 그리고 올 한 해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
2011년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이 어울릴까?
입에서 저절로 ‘감사’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늘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고, 내가 좋아하고 나를 필요로 하는 나의 일이 있다. 이 울타리 속에서 열심히 살아온 것만으로도 올 한해는 내게 의미 있고, 감사한 한 해였다.
하지만 전혀 아쉬움과 후회가 없다면 그것 또한 거짓일 것이다. 게으름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과 용기가 없어서 놓친 기회, 끈기가 없어 중단했던 일들은 못내 아쉬움과 후회로 남아있다.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라는 책에서 저자인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에게 오래된 과거를 회상하게 하면 대부분 그 시절에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회한을 떠 올린다. 그 이유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보다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들어가면 저지른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후회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라고.
또 저자는 “접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안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해서 후회’보다는 ‘안해서 후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임종을 앞둔 분들께 인생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쭤보면, 대부분이 이런 저런 이유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꼽는다고 한다. 누구 때문에, 무슨 이유로 그 일을 하지 못했다 말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이 내가 만들어낸 핑계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올 한해 나는 이런 일들을 해냈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쉬움과 후회 또한 2012년 나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2011년을 ‘감사’라는 단어로 표현한다면, 2012년은 ‘도전’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현재에 안주하려는 소극적 태도 대신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도전하는 2012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내년 이맘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를 해냈다’고 말하고 싶다.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