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앤젤리나 졸리의 감독 데뷔작

2011-1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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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와 꿀의 나라에서’ (In the Land of Blood and Honey)

▶ ★★½

앤젤리나 졸리의 감독 데뷔작

아얄라(왼쪽)가 같은 회교도 남자와 함께 세르비아군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다.

지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3년간 계속된 보스니아 인종청소 전쟁의 와중에 맺어지는 적과의 뜨거운 사랑과 전쟁의 참상과 무의미를 열심히 묘사한 앤젤리나 졸리의 감독 데뷔작(각본 겸)인데 엉성하다.

의욕이 실행을 앞선 졸리의 야심작으로 연출력이 아주 서툴고 지나치게 신파조인데 유엔 친선대사로서 인본주의 선행에 헌신하는 그의 유엔 활동을 위한 홍보 선전 또는 계몽영화 같다. 전쟁의 공포와 액션 그리고 절박한 상황 하에서 꽃피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두서없이 엮어놓은 작품이다.

현지 촬영과 함께 실제 전쟁을 경험한 현지 배우들을 많이 사용하고 또 보스니아어 등 현지의 원어를 써(미국에선 외국어 영화로 다른 나라에선 영어대사 판으로 상영된다) 사실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정성은 좋으나 예술성이 결여된 일종의 도덕극이다. 호기심용.


회교도와 기독교도 그리고 세르비아족과 크로아티아족이 평화 공존하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1992년 유고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서 내전이 일어난다. 세르비아족이 사라예보를 점령한 뒤 회교도들에 대한 인종청소 전쟁을 개시하면서 수십만명의 인명이 희생되고 수많은 여자들이 겁탈을 당한다.

전쟁 전까지 서로 연인 사이이던 회교도 미술가 아얄라(자나 마르야노비치)와 세르비아족 경찰 다니엘(고란 코스티치)은 이 전쟁 때문에 생이별을 한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아얄라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세르비아군의 포로가 돼 그들의 하녀 노릇을 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계속해 세르비아군들에 의해 겁탈을 당한다.

아얄라가 겁탈을 당하기 전 그를 구해주는 사람이 아버지 네보사 장군(라데 세르베지야)의 부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는 다니엘. 다니엘은 아얄라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자기 전용 미술가로 고용, 따로 방까지 마련해 주고 거기서 그림을 그리게 한다. 처음에는 다니엘을 경계하던 아얄라는 그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다니엘에게 몸과 마음을 준다.

한편 아들의 행동을 못 마땅하게 여기는 네보사가 아들과 아얄라의 사랑에 해코지를 하면서 엄청난 비극이 일어난다. 비극적 사랑의 두 당사자 역을 맡은 마르야노비치와 코스티치 간에 격렬한 화학작용이 없는 것도 큰 결점이다.

R. 아크라이트(선셋과 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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