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상적인 한편의 파노라마… 잊지 못할 추억

2011-12-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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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 그랜드캐년 해맞이

환상적인 한편의 파노라마… 잊지 못할 추억

그랜드캐년의 해맞이 여행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 요즘은 한창 겨울이기에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 태양의 빛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순간 세계 최대의 협곡은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순간순간 모습을 달리한다. 일출을 찍기 위해 사우스림에 모여든 관광객들.

사우스림 데저트뷰에서 대너포인트까지 20마일
계단모양 협곡·색색 단층·기암괴석 어울려 일출 장관


해마다 이맘때는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날은 추워지고 어느덧 자투리만 남은 한 해는 회한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새해에 대한 가슴 설렘이 충만한 시기이기도 하다.
연말연시! 해맞이 여행을 추천 드린다. 해돋이 여행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해가 솟아오를 때를 일컫는‘해돋이’보다는 해를 맞이한다는 뜻의‘해맞이’가 더 적절하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의 회한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자. 시작한 듯 끝이 나버리는 해맞이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 아쉬움은 곧 새로운 희망으로 바뀌는 가슴 벅찬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

■ 그랜드캐년 - 대지의 일출
일반적으로 해맞이하면 드넓은 바다의 수평선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대양의 일출’이 떠올린다. 대륙의 서부에 사는 우리들에게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대양의 일출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한 감동을 주는 ‘대지의 일출’이 있다.

너무나 순식간에 마무리되어 조금은 허탈한 대양의 일출과는 달리 대지의 일출은 태양의 빛과 대지의 굴곡이 어우러진 장엄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대지의 일출’은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명암 대비가 핵심이며, 이를 위해선 대지의 굴곡이 중요하다. 보는 이를 압도할 만큼 광대하고 장중한 협곡을 품고 있는 그랜드캐년이야말로 대지의 일출을 맞이하기에 최고의 장소임이 틀림없다.

그랜드캐년은 해발 7,000피트 높이의 고원지대로 평균 폭 10마일, 5,000피트 깊이의 계곡이 무려 300마일에 걸쳐 뻗어 있다. 실제로는 높은 산이지만 고원지대가 워낙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평지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일생에 비기면 거의 영겁에 가까운 세월동안 침식된 협곡, 울긋불긋 선연하게 드러나는 각양각색의 퇴적층과 억만년 동안 쉼 없이 협곡을 깎고 깎아낸 콜로라도 강은 빛과 어둠의 격전무대이다.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면 빛의 향연이 시작된다. 빛은 정상에서부터 어둠을 잠식해 들어온다. 밀려나는 어둠은 협곡의 귀퉁이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고 빛은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듯 뻗어나가 기어이 협곡을 가득 메웠던 어둠을 몰아낸다.

빛과 어둠의 찰나의 격돌, 협곡의 사면에 부딪쳐 퍼지는 현란한 빛의 산란, 무수한 봉우리들에 그려지는 빛과 그림자의 극명한 명암대비는 ‘대지의 일출’을 아름다움의 절정으로 이끈다. 고요함 속에서 섬세하게 펼쳐진 빛의 향연은 협곡의 진면목이 완전히 드러났을 때 비로소 끝이 나지만 감동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애리조나의 상징이자 태고의 신비를 지닌 그랜드캐년은 세 가지 인기 관광코스를 가지고 있다. 노스림 코스와 사우스림 코스 그리고 헬리콥터 등을 이용한 하늘 코스이다. 남쪽 가장자리인 사우스림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많아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일 뿐만 아니라 대지의 일출을 맞기에도 최적인 코스이다.

로스앤젤레스나 애리조나의 피닉스에서 US-40번을 이용해 플래그스태프(Flagstaff)나 윌리엄스(Williams)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이른 새벽 64번 도로를 이용한다면 무리 없이 해맞이를 할 수 있다.


추천하는 해맞이 구간은 그랜드캐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사우스림의 동쪽 끝 데저트뷰에서 매더 포인트까지의 20마일 구간이다. 해맞이 여행 때 최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은 ‘시야 확보가 유리한 지점 찾기’인데, 이 구간에는 협곡 속으로 돌출되어 들어간 지점이 유독 많다.


■ 사우스림 & 매더 포인트
‘수억년 세월을 담은 지질학의 노천박물관’이라 불리는 사우스림(South Rim)은 전체 관광객의 90% 이상이 찾는 곳이다. 림(Rim, 계곡의 가장자리)을 따라 전망대가 설치된 포인트들이 늘어서 있다.

콜로라도 강에 의해 침식된 계단모양의 협곡과 색색의 단층, 기암괴석들은 일출이나 일몰 때 훨씬 풍부한 색감을 드러내기에 한낮보다는 새벽이나 저녁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사우스림 관광은 버스를 타고 포인트를 찾아다니며 절벽 위에서 협곡의 장관을 감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헬리콥터나 세스나기를 타고 하늘에서 그랜드캐년의 장관을 감상하거나, 걷거나 노새를 타고 협곡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사우스림에는 모두 5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림 트레일(Rim Trail)이라 불리는 협곡 위 고원지대의 가장자리를 걷는 코스가 하나 있고, 고원지대에서 협곡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오는 코스가 4개 있다.

‘사우스림에서 그랜드캐년을 처음 만나는 곳’이란 별칭을 가진 매더 포인트는 비지터센터와 그랜드 빌리지에서 가깝고 유독 협곡 쪽으로 깊이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해맞이를 위한 최고의 지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협곡의 웅장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위대한 대자연의 풍모 앞에 잠시 오만을 접고 겸허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문의: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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