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희들 넷 중에 이중첩자가 있어”

2011-1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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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보부 스파이 세계 배신자 색출과정 그려

▶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ylor Soldier Spy) ★★★½(5개 만점)

“너희들 넷 중에 이중첩자가 있어”

은퇴한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맨)는 이중첩자를 색출하기 위해 일선에 복귀한다.

영국의 명 스파이소설 작가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냉엄하고 실팍한 작품으로 가차 없이 날카롭게 냉전시대의 스파이 세계를 해부하고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중반에 이르기 까지 냉전의 분위기가 살벌한 가운데 벌어지는 영국과 공산국 간의 스파이 전쟁과 함께 영국 첩보부 내의 배신자 색출작업을 차갑고 냉철하며 또 매우 지적으로 다룬 훌륭한 영화다.

르 카레가 1974년에 쓴 소설은 1979년에 BBC-TV가 알렉 기네스를 주인공으로 한 미니 시리즈로 만들어 크게 히트한 바 있다.

민주주의의 강력한 수호자라는 사명을 지닌 채 막강한 권력을 쥐고 행사하는 영국의 최고 첩보부 내 고위 스파이들 속에 숨어 있는 변절자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음모와 기만 그리고 충성과 배신의 드라마가 빈 틈 없는 구조 속에 긴장감 가득하게 전개된다. 한기가 도는 고급 스파이 스릴러로 영화 전편에 향수감과 함께 우수가 가득 배어 있다.


런던의 영국 첩보부 MI6(영국판 CIA로 제임스 본드도 여기 소속이다)의 책임자인 헤드(존 허트)가 일선에서 뛰는 스파이 프리도(마크 스트롱)를 헝가리로 파견한다. 그의 임무는 MI6 핵심에 공산국이 심어 놓은 스파이의 정체를 알고 있는 헝가리의 장군을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그의 망명을 유도하는 것. 그런데 이 스파이는 MI6의 1급 비밀들을 계속해 소련 측에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도의 임무가 엄청난 불상사로 끝나면서 MI6는 낭패를 보고 이로써 첩보부 내 소련을 위한 첩자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런데 영국 첩보부원들은 MI6를 ‘서커스’라고 부른다. 한편 헤드는 이 이중첩자의 후보들로 자기 직속 부하들인 4명의 고위 관리들을 점찍고 이들에게 별명을 붙인다.

교활한 직업 스파이 퍼시 알레린(토비 존스)은 ‘팅커’, 멋쟁이 신사 빌 헤이든(콜린 퍼스)은 ‘테일러’, 만만찮은 로이 블랜드(키아란 힌즈)는 ‘솔저’ 그리고 빤질빤질한 토비 에스터하스(데이빗 덴식)는 ‘스파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그런데 이들은 똘똘 뭉쳐 언제나 함께 행동을 하는데 과연 그 중에 누가 진짜 소련 측 스파이일까.

이를 가려내기 위해 내무부 차관 올리버 라콘(사이몬 맥버니)은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안돼 심장마비로 사망한 헤드의 오른팔이었던 은퇴한 베테런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게리 올드맨)를 다시 부른다. 그리고 스마일리는 MI6의 각종 문서에 접촉할 수 있는 피터 길럼(베네딕 컴버배치)을 자기 부하로 고용한다.

과묵하고 냉소적이며 치밀한 스마일리가 끈질기게 자신의 전직 동료들이었던 4명의 MI6 고급 간부들의 뒷조사를 하면서 이들의 베일에 가렸던 면모가 하나씩 벗겨지는데 그런 진행과정을 스웨덴 출신의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뱀파이어 영화 ‘렛 더 라이트 원 인’)은 마치 고급 수학 방정식 풀어나가듯 주도면밀하게 처리했다.

스마일리의 조사과정에서 영화는 잠시 플래시백으로 MI6의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스마일리는 자기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다. 스마일리가 당하는 개인적 배신이 국가적 배신에 을씨년스럽게 배후조명 구실을 한다.
배신이 판을 치는 영화로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좋은데 연기파인 올드맨이 엄격하고 냉기가 돌도록 착 가라 앉은 뛰어난 연기를 한다.

촬영과 음악과 디자인도 모두 훌륭하다. 그런데 플롯이 너무 복잡한데다가 영국 발음이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지 않으면 헤매게 된다.

R. Focu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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