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쥐여 짜인 중산층

2011-12-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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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중 칼럼

대부분의 가정에 보통 한 권씩은 가지고 있을 유명한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교 출판부에서 만들고 있다. 1882년 미완성의 초판이 시작되어 1928년에 41만개의 단어가 실려진 완간이 처음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완간이 처음 나오기까지는 70여년 동안의 단어 수집과 기획 작업을 거쳐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1989년 60만개의 단어가 들어 있는 개정판이 발행되었다고 하니, 60여년 간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20만개 정도의 새로운 말이 생겨난 셈이다.

특이한 것은 이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여러 사용자들이 예문과 출전을 찾아 출판부에 보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리해 가며 만든 것이라고 하니 현재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백과사전인 ‘위키페디아’와 같이, 사용자들에 의해 완성되어 가는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전인 셈이다. 이렇게 영어사전을 대표하는 옥포드 영어사전은 해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단어, 즉 신조어 중에 그 해를 대표하는 단어를 발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동안 영국판과 미국판이 조금씩 다르게 각각 ‘올해의 단어’를 따로 선정하여 발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두 나라의 국민적 관심사와 형편이 같아서 그런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새 단어가 똑같다. 지금의 심각한 경제 위기가 중산층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의 ‘쥐여 짜인 중산층’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Squeezed Middle’이다.


지난해 초에 어느 영국의 정치가가 처음 사용했다는 이 말의 뜻은 물가상승과 임금동결, 그리고 공공지출의 삭감 등에 영향 받는 사회 계층으로서 소득 수준이 낮거나 중간층의 사람들을 뜻한다고 하니 바로 우리 서민들 즉, 보통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서민들의 현실은 이보다 더욱 심각하니 그것이 문제이다. 치솟는 물가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보통사람들이 받고 있는 임금은 동결된 정도가 아니고 아예 삭감되었거나, 운영하던 비즈니스를 닫거나 일자리가 없어져 많은 사람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공공기관들이 이미 파산을 했거나 파산의 위기에 처해 있고, 그런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생활을 위해 지출해 오던 기금이 앞으로 과연 얼마나 조달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 말이 처음 쓰이고 거의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보아도, 이 말이 처음 쓰였던 지난해 연초보다 더 악화된 경제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같다. 그래서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이집트, 리비아 등 아랍권 전역을 민주화 시위로 뒤덮이게 하고, 민주주의와는 무관하게만 여겨지던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의 여러 나라에 정치조직이나 단체가 아닌 민중의 자발적인 시위에 의해 민주화가 성공한 이유로 만들어지게 된 ‘아랍의 봄’(Arab Spring)이나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민중의 기득권에 대항하는 시위를 뜻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제치고‘Squeezed Middle’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경제적 조건이 나빠지고 불투명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중개인으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감’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몇 개월간 소폭이나마 집값이 계속 상승했으며, 가주 부동산협회의 전망에 따르면 2012~13년에는 주택의 가격이 1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앞으로 5년간 주택가격의 상승치는 현재 가격의 50% 이상 올라가고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대단히 희망적인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다.

현재와 같이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낮은 이자율이 도움을 줄 것이며, 오바마 행정부의 새 주택 구제책인 깡통주택의 재융자 프로그램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앞으로 집값의 상승은 더욱 확실해 질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도 떨어진 주택가격과는 달리 임대용 렌트 값은 계속 인상되고 있으며 아직도 신규 단독주택의 건설이 제한되어 있고, 아파트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임대수요가 계속 늘고 있으며 아파트의 공실률이 2006년 이래 최저라는 보고도 있었다.

이렇게 임대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불안한 경제상황에서의 안전판으로 인식되어서인지 요즈음 많은 소, 대형 투자자들이 임대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주식가격이 연일 변동폭이 크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다른 금융투자의 매력이 크게 줄어든 것도 이유가 되고 있고 주택가격 하락과 최근의 부동산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주거용 임대 시장만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 불황의 주범인 금융기업의 부실과 그로 인한 주택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현재 주거용 임대시장에서의 활력은 안타깝게도 이같이 어려운 이들의 고통을 전제로 하면서 계속해서 더 힘을 얻어가고 있는 셈이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게다가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 세대들이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꾸미게 되면서 새로운 주거지가 필요하게 되어도, 예전과는 달리 많은 액수의 다운페이 없이는 모기지 융자가 불가능해져서 이들이 집을 살 수 있는 때까지의 소요기간이 예전보다 훨씬 길어지게 되고, 임대수요 증가에 일조하리라는 분석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그리고 경제 불황 등 미래가 불투명 할 때는 금을 사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금값이 올라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윳돈이 있으면 지금은 부동산 투자, 그것도 임대용 주거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정연중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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