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천재의 우정, 그리고 아름다운 여환자

2011-11-25 (금)
크게 작게

▶ 칼 융과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두 거두 그려

▶ 위험한 방법 (A Dangerous Method) ★★★(5개 만점)

두 천재의 우정, 그리고 아름다운 여환자

서로를 존경하던 융(마이클 화스벤더·왼쪽)과 프로이트(비고 모텐슨)는 이론의 차이로 갈라선다.

현대 정신분석학의 두 거두 칼 융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우정과 학술적 대결 그리고 이 둘의 관계를 갈라놓는 촉매가 된 총명한 여 환자이자 제자인 사비나와의 관계를 그린 매우 지적이며 냉철한 드라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과 육체적 공포감을 함께 다루기를 즐기는 캐나다의 데이빗 크로넌버그 감독의 작품으로 정신분석학의 초기를 다룬 복잡하고 지극히 절제된 영화로 감정과 충격이 큰 대신 마치 차갑고 냉정한 정신분석학 이론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연극과 소설이 원작으로 외과의의 집도와도 같은 주도면밀한 연출과 함께 연기와 세트와 디자인 그리고 음악과 촬영 등이 좋지만 철저한 대사 위주의 작품이어서 일반 관객에게 어필할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권할 만하다.


1904년 스위스의 융(마이클 화스벤더)의 병원에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심한 경련과 함께 짐승처럼 소리치고 행동하는 사비나(키라 나이틀리)가 입원한다. 30대 초반의 융은 자신이 존경하는 프로이트의 요법을 사용해 사비나를 치료, 상당한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비나의 지적인 면과 감정적인 면이 드러나면서 둘은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사비나는 융의 제자가 된다.

2년 후. 융이 비엔나의 프로이트(비고 모텐슨)를 방문하면서 둘 간에 가까우면서도 서로를 경계하는 애매한 친구 관계가 성립된다. 여기서 융은 프로이트의 권유에 따라 프로이트의 환자로 사회의 구속하는 모든 것에 반항하는 심리학자인 오토(뱅상 카셀)를 치료한다. 그러나 이는 기대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

영화는 융과 프로이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를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마음과 이론을 대사와 편지 내용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융이 모든 정신적 문제의 근저에는 성적 요소가 개재되어 있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프로이트는 프로이트 대로 융의 이론에 회의를 갖게 되면서 둘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의지와 이고의 대결이 마치 이론과 언어의 결투를 보는 것 같다.

이 둘을 갈라놓는 결정적 촉매는 사비나. 융이 사비나와의 관계를 단절하면서 사비나는 프로이트의 밑에서 치료를 받고 또 공부도 한다. 사비나는 후에 러시아로 돌아가 정신 분석학자가 되나 개인적으로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모텐슨과 화스벤더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모텐슨은 교활하도록 기민하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 주는 반면 화스벤더는 보다 취약하고 온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모텐슨 쪽으로 눈길이 더 간다. 그러나 정신병자로서의 나이틀리는 너무 과장되고 힘들어 보여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나이틀리가 정상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연기가 낫다.


R. Sony Clssic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