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스카상 경쟁자는 나 자신”

2011-1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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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작 2편 모두 물망에 오르는 배우들 ‘하나는 포기’ 딜레마

조지 클루니·브래드 핏과
라이언 가슬링·마이클 화스벤더
캐리 멀리건 등 올해 특히 많아


본격적으로 오스카상 각 부문의 후보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철에 접어들면서 지금 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올해 각기 2편의 영화에 나와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다.

이런 일은 연중행사처럼 있는 일이긴 하나 올해는 유난히 많은 배우들이 상을 놓고 자신과 경합을 벌이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을 보면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핏, 라이언 가슬링과 마이클 화스벤더 그리고 캐리 멀리건과 바이올라 데이비스와 제시카 채스테인 등.


이들의 고민은 상을 위해 과연 어느 영화를 미는가 하는 점. 둘 다 밀었으면 좋겠지만 오스카를 주는 아카데미는 한 배우를 같은 카테고리에서 두 번 후보로 뽑질 않는다. 그래서 어느 한 배우가 두 영화 중 한 작품만 밀 경우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다른 영화를 뭉개 놓을 가능성이 크다.

배우들이 이렇게 자기 자신과 상을 놓고 겨루게 되는 경향이 잦아지는 까닭은 일단의 수퍼스타들만이 관객을 모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나 제작비를 대는 사람들이 점차 캐스팅에서 보수적이 돼 가면서 이들은 흥행 보증수표 스타들만 캐스팅을 하고 있어 관객들은 같은 배우를 계속해 스크린에서 만나고 있는 실정이다.

조지 클루니는 올해 현재 상영 중인 정치영화 ‘3월15일’(The Ideas of March)과 오는 23일에 개봉될 가족 드라마 ‘후손들’(The Descendants)에 나왔는데 만약 오스카 회원들이 ‘3월15일’로 클루니를 조연상 후보로 뽑을 경우 현재 주연상 후보로 강력히 거론되고 있는 ‘후손들’은 무시되기가 쉽다. 클루니를 두 카테고리에서 수상 후보로 고를 정도로 오스카 회원들의 인심이 후하진 않다.

브래드 핏도 마찬가지. 그는 지금 올 칸영화제 대상을 받은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에서의 자신이 맡은 1950년대의 엄격한 가장 역을 조연상 후보로 밀고 야구영화 ‘머니볼’(Moneyball-
상영 중)에서의 괴팍한 매니저 역은 주연상 후보로 밀고 있는데 그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골치를 썩이고 있는 배우들은 두 영화에서 모두 주연을 한 스타들. 가슬링은 그래서 낮에는 영화 스턴트카 밤에는 범죄차 운전사로 나온 ‘드라이브’(Drive-상영 중)와 선거운동 매니저로 나온 ‘3월15일’ 두 영화 중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할 판.

화스벤더도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으로 나온 ‘위험한 요법’(Dangerous Method-23일 개봉)과 변태성욕자로 나온 ‘수치’(Shame-25일 개봉)에서 모두 주연을 했는데 본인은 지금 ‘위험한 요법’을 포기하고 ‘수치’를 강력히 밀고 있다.

여배우들로는 ‘하녀’(The Help)에서 미 인권운동이 한창일 때 남부 백인 가정의 하녀로 그리고 오는 크리스마스에 개봉 될 9.11일 테러를 주제로 한 희망적인 드라마 ‘매우 시끄럽고 몹시 가까운’(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에서 조연을 한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조연상을 놓고 자기와 경쟁하게 됐다.

또 멀리건은 ‘드라이브’와 ‘수치’로 역시 조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채스테인은 ‘하녀’ ‘생명의 나무’ 그리고 세상 종말의 드라마 ‘대피’(Take Shelter) 등 무려 3편의 영화를 놓고 자신과 조연상 경쟁을 하게 됐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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