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리브해 도시에서의 ‘요란한 추억’

2011-10-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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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터 탐슨 원작을 자니 뎁이 제작 주연

▶ 럼 일기 (Rum Diary) ★★★½(5개 만점)

카리브해 도시에서의 ‘요란한 추억’

폴(자니 뎁)은 미국인 사업가의 섹시한 애인 셰노(앰버 허드·왼쪽)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생전 술과 마약과 섹스에 묻혀 살면서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구사했던 작가 헌터 S. 탐슨(1937 ~2005)의 젊은 시절 푸에르토 리코에서의 경험을 쓴 동명소설이 원작으로 탐슨의 친구였던 자니 뎁이 제작하고 주연한다. 뎁은 역시 헌터의 소설이 원작인 ‘라스 베가스에서의 공포와 지겨움’(1998)에 주연한 바 있다.

젊은 기자가 1960년대 초 태양이 내려쬐는 카리브해 국가 푸에르토 리코의 도시 산완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야단스러울 정도로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그렸는데 보기에는 알록달록하고 화려하나 막상 얘기는 궁핍하다. 화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잡다한 일들이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얘기로 성장하지 못하고 삽화 모음집처럼 보인다.

제목 그대로 럼이 넘쳐흐르는데 상당히 흥미 있는 이국적인 특이한 내용이 하나의 통일되고 훌륭한 그림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마치 술주정하듯이 휘뚜루 마뚜루 붓질한 것 같이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술 취한 뎁과 다채로운 조연진 그리고 세트와 촬영과 의상과 재즈성 음악 및 경치 등 볼만한 것들도 많다,


1960년 산완. 폴 켐프(뎁)는 까다로운 편집국장 라터맨(리처드 젠킨스)과 오합지졸 같은 기자들과 카메라맨이 일하는 산완 스타지의 기자로 취직한다. 폴은 도시에 도착하는 첫 날부터 럼에 취하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술에 절어 산다. 당시는 산완에 미국 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세력을 뻗치고 있어 주민들의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을 때다.

폴은 신문사의 사진기자로 세상에 지친 샐라(마이클 리스폴리)와 죽이 맞아 금방 친구가 되고 이와 함께 글은 언제 쓰는지 노상 술과 약물에 취해 있는 과격하고 괴팍한 기자 모버그(지오반니 리비시)와도 친구가 된다.

영화는 근 1시간이 넘도록 이들 삼총사가 럼에 취해 떠들고 주정하고 비틀거리는 주정꾼들의 진풍경으로 소비하고 있는데 그런 꼴을 보는 것도 어느 정도지 귀한 상영시간 다 잡아 먹으면서까지 보고 싶진 않다. 그러나 이들 셋이 나누는 대사는 제법 신랄하다.

이어 미군이 관할하고 있는 섬에 호텔을 지으려는 탐욕스런 미국인 사업가 샌더슨(아론 에카르트)이 기사 잘 좀 써달라고 폴에게 접근하면서 새 플롯이 들어선다. 샌더슨은 폴에게 기사의 대가를 지불하겠다며 유혹한다.

그런데 폴이 완전히 정신이 나갈 정도로 유혹을 당하는 것은 샌더슨의 눈이 따갑도록 아름답고 섹시한 애인 셰노(앰버 허드). 열대의 달아오르는 열기와 원색의 성적 매력을 지닌 셰노 역시 잘 생기고 젊은 폴에게 마음이 이끌려 그를 은근히 유혹한다. 폴과 셰노가 서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는 모양이 매우 에로틱하다.

신문사는 경영난에 못 견뎌 문을 닫고 광란의 술 파티 끝에 험한 일을 당한 셰노는 샌더슨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폴은 각성해 샌더슨과의 관계를 끊은 뒤 자기 경험을 글로 쓴다. 그리고 폴은 뉴욕으로 떠난 셰노를 찾아 샌더슨의 요트를 훔쳐 돛을 올린다.

브루스 로빈슨 감독. R. FilmDistrict.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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