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마을, 미국마을
2011-12-01 (목) 12:00:00
한국에서 명절에 갈비세트 를 선물하는 것은 한물 간 유 행이다. 요즘은 명절에 해산물 세트를 선물하는데 한우보다 더 비싸다는 ‘지족 죽방멸치’ 는 한 세트(2킬로그램)에 70만 원에서 100만원까지 한다.
이 죽방멸치(대나무 그물로 잡는 멸치)가 잡히는 남해의 지족이라는 마을 바로 옆 삼동 면에 ‘독일마을’이 있는데 은 퇴해 고국에서 살고 싶은 독일 교포들을 위해 조성된 실버타 운이다. 30여채의 가옥으로 이 루어진 이 마을은 이제 한국에 서 너무 유명해져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실버타운이 아니라 관광타운으로 변해가 고 있다. 이달 초 2일 간의 옥 토버 페스트에 5만명이 다녀갔 다고 하니 독일 마을 붐이 어 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한국 인의 눈에는 ‘독일마을’이 환 상적인 마을로 비치는 모양이 다. 이같은 건축양식을 많이 보 아온 미주 한인들 눈에는 그저 그런데 말이다. 더구나 ‘환상 의 커플’이라는 TV 연속극에 이 마을이 등장하는 바람에 관광객이 더 몰려든다고 한다. ‘독일마을’이 유명해지자 이에 재미를 본 남해군이 요즘 그 근처에‘ 미국마을’을 또 조성하 고 있다. 이 ‘미국마을’이 도대 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얼마 전 남해를 일부러 가봤다.
나의 눈에 비친 ‘독일마을’ 과‘ 미국마을’은 한마디로‘ 아 니올시다’였다. 실버타운이라 면 필수요건이 근처에 병원이 있어야 한다. 노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인데 병원이 없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실 버타운이다. 교통도 불편하고 대형마켓도 없는 데다 공동시 설도 없다. 그저 아름다운 집 과 바다가 있을 뿐이다. 봉이 김선달 실버타운이다. 노인들 이 경치만 보고 살 수야 없지 않은가.
더구나 ‘ 미국마을’ 입주조 건이 매우 까다롭다. 미국생활 을 청산하고 한국 국적을 회 복해야 하며 남해군으로 주민 등록을 옮겨야 하는데다 10년 간은 가옥 매매가 불가능하고 10년 지나 팔 때에는 반드시 남해군 당국에 팔아야 한다. 집도 ‘독일마을’처럼 독립가옥 이 아니라 1층과 2층이 분리되 어 있는 타운하우스 스타일이 다. 마을 정문에는 ‘아메리칸 빌리지’라고 새겨진 돌담이 있 고 안내판에는 “이 마을은 모 국에 돌아와 노후생활을 보내 고자 하는 재미교포를 위해 만 들어진 정착마을이다”라고 적혀져 있다.
문제는 정말 재미교포를 위 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 유치용 으로 개발되는 타운 냄새가 물 씬하다는 점이다. 남해군은 독 일마을, 미국마을에 이어 일본 마을까지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48억원의 예산 이 없어 근처에 종합병원을 못 짓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해외 교포를 빙자해 관광수입을 올 리겠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독 일마을도 너무 시끄러워져 원 래의 독일교포들은 대부분 다 른 곳으로 빠져 나갔고 지금은 3분의 2가 펜션으로 변해 민박 마을로 얼굴이 바뀌고 있다.
미주 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은퇴한 후 한국에서 살 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 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적까 지 포기해 가며 한국 가서 살 고 싶을까. 한인들 중에는 한국 에서 살아온 시간보다 미국에 서 지낸 세월이 더 긴 경우가 많다. 두 개의 마음의 고향을 갖는 셈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는 한국식으로 살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미국식으로 살게 된 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잘못하 면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마음의 고향을 잃은 사람 으로 변할 수도 있다. 한국 가 서 살려면 젊어서 가야지 늙어 서는 한국으로의 은퇴를 신중 히 고려해 봐야 한다. 한국에 는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이 너 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철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