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4분으로 커피 한 잔을 사먹는 세상, 갖고 있는 시간이 모두 소진되면 한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세상.
영화 ‘인 타임’은 시간이 곧 돈이자, 사람 수명의 척도이기도 한 세계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친 SF(공상과학)ㆍ액션영화다.
그간 나온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시간’ 자체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설정 자체도 흥미로운 상업영화지만, 시간 소유에 따른 빈부격차의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는 등 영화가 담고 있는 세계관 역시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주인공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이 살고 있는 세계는 모든 인간의 노화가 25세에 멈추고 그 이후에는 단 1년의 시간만이 여생으로 주어진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팔뚝에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초록색 바코드를 지니고 태어나는데, 25세가 되면 남은 시간 1년이 카운트 다운되고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죽는다.
윌이 살고 있는 빈민가의 사람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끊임없이 노동을 해 시간을 조금씩 벌며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물가는 하루 사이에 두 배로 뛰어 있어 사람들은 금세 시간을 소진하고 만다.
어느날 윌은 동네 선술집에 갔다가 100년 이상의 시간을 지닌 한 남자를 강도당할 위기에서 구해주고, 다음날 이 남자는 가진 시간을 모두 윌에게 주고 자살한다.
100년 이상의 시간을 갖게 된 윌은 시간 소유의 층위에 따라 나뉘어진 구역을 몇 단계나 뛰어넘어 최고 부유층이 사는 구역인 ‘뉴 그리니치’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이 세계의 최고 부자 중 하나인 시간은행의 우두머리와 카드 게임을 해 돈을 따고 그의 딸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난다.
이 세계를 공고하게 지키는 임무를 맡은 ‘타임키퍼’ 리온(킬리언 머피)에게 쫓기던 윌은 실비아를 인질로 삼아 달아나는데, 쫓겨다니던 두 남녀는 사랑에 빠져 이 부조리한 세계를 붕괴시키는 데 의기투합한다.
유전자 통제로 노화가 25세에 멈춰 엄마와 아들, 아버지와 딸이 비슷한 또래로 보이게 된다든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시간을 1년만 준다는 설정 등은 매우 흥미롭다.
이런 설정은 만약 과학기술이 발달해 실제로 언젠가 영생이 가능해지는 날이 왔을 때 인간의 무한한 탐욕이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소유에 따라 사회 계층과 삶의 구역이 엄격히 분리돼 있는 모습이나 가진 자들이 조금의 기부에도 인색한 모습, 부의 대물림 현상 등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포착한 것이어서 날카로운 문제의식도 느껴진다.
다만, 영화의 재미로만 따진다면 아쉬운 부분이 꽤 있다.
초반의 흥미로운 설정을 살리기 위해선 시간으로 통제되는 사회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했어야 하지만, 파고들어갈수록 더 드러나는 악(惡), 또는 음모의 실체가 없어 허망하다. 시간은행 몇 곳이 털렸다고 해서 시스템이 금방 붕괴되는 모습이나, 돈이나 목숨처럼 귀중한 시간이 다른 보안장치 없이 피부나 충전기 등을 통해 쉽게 노출되는 상황 등은 너무 허술하다.
이 시스템을 붕괴시키기 위해 주인공들이 분투하는 과정도 기대만큼 역동적이지 않다. 경찰 역할인 타임키퍼들의 전투력은 별로 강하지 않은데 비해 주인공들은 이유 없이 처음부터 강하다. 액션신이나 볼거리도 그리 다채롭진 않은 편이다.
’트루먼쇼’의 각본을 쓰고 ‘가타카’ ‘시몬’ ‘터미널’ 등을 연출한 앤드류 니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0월 27일 개봉. 상영시간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