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역보다 바빴던 ‘원로목사 10년’

2011-10-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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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선교후원회 헌신 김영상 목사

현역보다 바빴던 ‘원로목사 10년’

담임목사 사역에서 은퇴한 뒤 지난 8년간 미국과 한국,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분주히 오가며 선교를 위한 모금활동에 전념해 온 김영상 목사는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 20:24).
80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해맑은 김영상 목사의 얼굴에는 사도 바울의 고백 같은 결연한 의지가 가득했다. 김요섭 목사(남가주 리디머교회) 등 자녀들이 사는 LA와 버지니아를 오가며 생활하는 이 노목회자는 오래 전 교회를 건축하다 다친 탓에 허리가 구부정해졌고 지팡이를 의지해 걸어야 하지만,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하고 싶은 열망이 묻어나는 어조로 8년 간의 선교사역을 이야기했다.


8년간 41만달러 모금… 검은 대륙에 복음 심어
80세로 제2의 은퇴“이젠 기도로 세계 품을 것”


2001년 말 30년간 섬기던 수원북부교회에서 은퇴해 원로목사가 된 바로 그길로 교회, 병원, 교도소 등을 돌며 희망의 복음을 전하던 김 목사가 ‘아프리카선교후원회’라는 내실 있는 단체를 만든 것은 8년 전인 2003년 12월.


월드비전 이사로서 아프리카 농촌학교들을 찾아다니며 돕던 중 자신이 가르쳤던 수원신학교 제자인 최명온(케냐), 박은순(탄자니아) 선교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장에 가보니 가족들과 함께 있는 남자 선교사들은 그래도 후원이 많은 편인데 독신 여선교사들은 그렇지 못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부족하지만 내가 힘닿는 데까지 선교헌금을 모금해 악전고투하는 그들을 도와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를 비롯한 목회자들과 평신도, 교회들을 무수히 찾아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복음으로 검은 대륙에 희망을 심자고 역설했다. 한국과 미국, 아프리카를 오가며 눈물의 기도와 함께 이 일에 매달린 결과 8년간 무려 41만달러라는 거금을 선교지에 전달할 수 있었다. 뿐만아니라 설교와 영성 세미나 등을 통해 선교사들에게 재충전을 선물했다.

그가 ‘거룩한 심부름꾼’ 역할을 담당한 이 재정 덕분에 선교사들은 수많은 교회와 학교, 기숙사, 풍력발전소 등을 짓고 우물을 파 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인 식수를 공급했다. 또 선교를 위해 세운 대학에 의료기기를 받아 병자들을 치료하는 일이 가능했다.

이같은 헌신적인 사역으로 선교사들이 큰 힘과 격려를 얻은 것은 물론 한국교회의 고질적 병폐인 원로목사와 새 담임목사 간의 갈등도 그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됐다.

“3만6,000달러를 들여 케냐에서 무려 130미터를 파내려간 끝에 암반에서 생수가 터져 나왔던 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처럼 우리 영혼에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가 되어 주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니 더욱 깊이 감사할 수 있었지요. 탄자니아에 보건소와 교회를 건축해 지난 8월 준공식을 가진 일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선교비로 커피 한 잔 사 마신 일 없다는 그가 모금한 금액의 80%가량은 아프리카를 위해 쓰였지만 나머지는 중국, 태국, 필리핀, 인도, 멕시코에서 신학교 사역 등에 사용됐다.


진실, 정직, 솔직, 열심, 사명감, 사랑, 희생 등 7가지 덕목을 좌우명으로 삼아 한 평생 살아온 그는 “모금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은혜가 되고 감동이 되어야 기부자들이 돈을 준다”고 고백했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잘 달려 30여 제자들을 선교사, 목사, 사모로 길러낸 김 목사는 기력이 쇄해 많은 여행이 필요한 이 일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최근 변우상 목사(용인제일교회 원로)에게 회장직을 넘기고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하나님의 ‘제단’에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관제(피를 상징하는 포도주를 부어서 올리는 제사)처럼 아낌없이 쏟아 부은 그는 “돌아보니 모두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적이었다. 이제는 아프리카 등 세계를 가슴에 품고 기도하는 일에 전력투구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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