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입양한 아들’이라 생각하면 좀 쉬워질까? - 결 혼 8년차 나의 생각이다. 결 혼 3년까지 주위에 쏟아냈 던‘ 결혼하세요. 기대하지 않 고 시작한 결혼이지만, 진정 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든 든해요’라고 무슨 캠페인이라 도 하는냥 떠들었던 새내기 가 이제와서 고백하는 말이 다.‘ 남편은 입양한 아들’이라 고.
내가 낳은 아들이라면 매 사에 팔이 안으로 굽고, 미워 도 결코 포기 하지 못하는 그 어떤 것이 있다. 장난감 상자 를 통째로 헤집어 놓아도, 옷 장 속을 다 뒤집어 옷가지를 방바닥에 널어놓아도, 심지 어 벽에 온통 크레용으로 낙 서를 해놓아도 그 아이는 여 전히 내 아이이고, 아이가 주 는 행복 때문에 엄마의 순간 적 분노는 주부의 조금 더 늘 어난 노동으로 환원되고 양 보된다.
내 아이가 밥을 먹고 설거 지를 하지 않아도, 양치질 하 고 칫솔을 세면대 바닥에 그 대로 내동댕이 쳐놔도, 신발 을 신고 거실까지 들어와도 그냥 잔소리 한번 하면 그걸 로 어떤 불편함은 거짓말처럼 녹아버린다. 마음 저 깊은 곳 에 불편함으로 가라앉아 끈 적끈적하게 들어붙어 있지 않 는다. 그런데 남편은 다르다.
도무지 체벌이 가능한가, 훈육이 가능한가. 몸이라도 작고 가벼워 들고 가 방에 가 둬 놓을 수가 있나. 남편이 어 질러 놓는 빨랫감을 보면 터 져 나오는 한숨이 가끔 분노 로 발전한다. 텔레비전 앞에 서 모로 누워 세상은 등지고 오직 브라운관만을 향한 그 의 모습을 보면 내일은 당장 저 소파를 내다 버려야지 하 는 생각이 간절하다.
내가 낳은 아들은 가끔 ‘무조건 우리 엄마’라는 착각 에 빠질 줄 아는 애교가 있 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 자가 엄마이고, 엄마가 만들 어 준 김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이며, 우리 엄마 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힘 도 세다고 믿는다. 그런데 남 편은 다르다. 섣불리 ‘진정한 내 편’이라고 했던 오만에 고 개를 숙인다.
그는 내 하소연에 하품을 하거나, 억울함을 털어놓는 아내의 목소리가 시끄럽다 고 불평한다. 아내가 만들어 준 음식에 불평도 서슴지 않 고, 아내가 힘을 못 쓰면 그동 안 자기가 벌어다 준 밥값을 따지기 시작하고, 아내가 힘 좀 쓰면 그 힘의 출처에 대해 비난한다. 아내에게 착하다 는 말 보다는 약았다는 말을 하게 되고, 케이블 TV 서비 스 전화 여직원과 논쟁이 붙 어도 얼굴 한번 보지 못한 그 여자 편을 들기 일쑤다.
아내들이 종종 남편을 ‘아 들’이라고 하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우리 집엔 아들 이 두명이 있다. 하나는 내가 낳은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입양한 아들, 남편이다. 입양했으니, 파양만큼은 피하 자고 노력한다.
내가 낳은 아들에게 보여 주는 미소만큼 입양한 아들 에게도 보여주자고 다짐한다. 내가 함께 살겠다고 결심해 서 같이 살고 있으니, 내 아들 에게 보여주는 인내심과 배 려심만큼 입양한 아들에게도 조건 없는 사랑을 결심해 본 다. 짜증도 나고 힘에 부치기 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내 가 아들 앞에 서는 자세로 남 편을 바라본다면 결혼 초 듬직하고 재미있고 유쾌한 그 남편이 조금은 돌아올 것 같 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5년 후 결혼 13년 차가 되었을 때‘ 남편은 입양 한 아들’이란 이 글을 보며 어 쩌면 웃을지 모른다. 어지간 히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었 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 다. 결혼 8년차가 결혼 3년차 생각을 돌이켜 볼 때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문선영/ 퍼지캘리포니아 영화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