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람 잔 후의 산책

2011-10-2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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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 자영업

괴로운 앨러지철이 다. 바람은 근교 농 장의 먼지와 불순물을 몰고 와서는 눈과 코와 목을 강타하여 괴로운 삼일을 보냈었다.

문을 꽁꽁 닫고 생활하며 바람이 그치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람소리가 잠잠 해 졌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나갔다.


키 큰 나무 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했다. 공원에 있는 참나 무는 가지 두개가 찢어져 하나는 차도 쪽, 하나 는 인도 쪽을 가로 막고 있었다. 여기 저기 엉망 으로 흐트러진 나뭇가지들을 피해 인도를 따라 걸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저만큼 마주 오 는 남자의 행동에 시선이 갔다. 자그마한 체격 에 깨끗한 인상을 주는 백인 아저씨였다.

산책 나온 차림인데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인도를 막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이리 저리 치우며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길을 걷는 나를 위해 작고 큰 가지들을 치우 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자 밝은 얼굴로 마주 인사를 했다. 다른 이를 위하여 길을 만들고 있는 사람, 이 런 사람이 많이 사는 세상이라면 바람의 피해 는 곧 사라지고 살만한 세상이 이루어지리라. 며칠 동안 불었던 바람으로 심란해진 마음이 금 세 편안해 졌다. 그를 닮고 싶어서 나도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돌아가 인도를 막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치웠다. 마음 가득 뿌듯함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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