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자율 저공행진… 대출은 더욱 엄격

2011-10-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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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반기 주택시장 흐름은

생애 한번 찾아올까 말까한 주택 구입의 적기다. 최근 하락을 거듭한 모기지 이자율은 결국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택가격이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상승 탄력은 없어 보여 결국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주택시장에는 저가대 급매물이 주를 이루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 대출이 여전히 까다롭고 대량의 차압매물이 대기 중이어서 주택가격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이미 종전대로 하향 조정된 주택 융자액 상한선 규정도 주택가격 회복에는 복병이다. 올 하반기에 예상되는 주택시장 흐름 5가지를 짚어 본다.


거래가 상승세 결국 ‘반짝’으로 끝날 듯
‘차압매물 구입→임대 전환’ 투자 늘어
급매물 증가로 값 더 하락 ‘더블딥’ 우려



◇ 모기지 저공 행진 연말까지 지속
올 초 예상과 달리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에서 꿈쩍 않고 있다. 연말까지 5%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이자율은 오히려 4%대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저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모기지 이자율은 경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급격한 상승은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이같은 낮은 이자율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BC 모기지사의 롭 눈지아타 대표는 “다음 분기까지 급격한 이자율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만약 경제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이자율이 소폭 상승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제 회복은 단기간 내에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약 1,400만명이 실직자 상태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는데다 전국 대부분의 주택시장에서 주택 수요가 얼어붙어 심각한 침체상태를 겪고 있다.

부동산 업체 홈서비스 오브 아메리카의 론 펠티어 CEO는 “현재 경제사정과 주택시장을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 낮은 이자율 시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개월 내에 이자율 추가 하락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급격한 반등도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는 최근 현재 약 4%를 기록중인 모기지 이자율이 오는 4분기 중 기껏해야 약 4.5%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 주택 대출은 여전히 까다롭다
까다로운 주택 대출 규정은 내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 대출 은행들이 정부 관련기관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한 소비자들에게 엄격한 주택 대출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주택 융자 업계의 현실이다. 국책 모기지 은행 등 주택 대출 은행 감독기구는 대출 은행의 느슨한 융자 규정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판단, 최근까지도 주택 대출심사에 일일이 간섭하며 은행들의 대출 관행의 고삐를 죄고 있다.

따라서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낮은 이자율의 기회가 자격을 갖추지 못한 대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대출은행 에퀴티 나우의 매트 해킷 매니저는 “주택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의 양이 방대해졌다”며 “대출 승인 직전까지 대출 신청자의 부채 규모가 늘었는지 하나하나 확인할 정도”라며 최근 까다로워진 대출심사 관행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까다로운 주택 대출심사 관행이 조만간 풀리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펠티어 부동산 중개업체 대표는 “현재 주택 대출 은행들은 과거 ‘느슨한 융자’ 관행과 관련 일종의 처벌 형식으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며 “반사작용으로 은행들이 과민 대응하는 바람에 주택 대출이 무척 까다로워졌다”고 지적했다. 까다로운 주택 대출 규정이 주택 수요를 압박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라는 지적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와 더불어 주택시장 회복을 짓누르고 있다.


◇ ‘차압매물→임대주택’ 현상 가속화
최근 주택임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차압으로 집을 잃은 주택 소유주들에 의한 수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택 차압 후 최소 2년간 주택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이 힘들기 때문에 결국 주택을 임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 수요를 노려 차압 매물을 구입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기보다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투자자들이 최근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션 화이트 리맥스 부동산 네트웍 부대표에 따르면 차압매물을 구입하는 투자자 중 절반가량이 차압매물을 곧바로 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또 임대주택의 세입자는 대부분 차압으로 주택을 잃은 주택 소유주들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차압매물을 수리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차압주택 소유주로서는 차압 후 임대주택을 찾아 나서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일종의 ‘윈윈’ 전략이다.

화이트 부대표는 “투자자들은 현재 낮은 이자율과 가격을 활용해 차압매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며 “수년 내 주택가격이 회복되면 매매 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고 그때까지 차압으로 집을 잃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저렴한 임대비용으로 주택을 제공하고 있어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압매물을 구입한 뒤 임대주택으로 곧바로 전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도 차압매물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책모기지 은행인 패니매나 프레디맥이 압류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연방주택금융국(FHFA) 역시 비슷한 내용의 주택 구제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 중에는 차압주택 소유주나 세입자에게 임대를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임대기간 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 융자액 하향 조정으로 주택가격 하락
이번 달 1일부터 융자액의 상한선이 종전 기준대로 하향 조정 시행되고 있다. 융자액이 41만7,000달러를 넘는 점보 컨포밍 융자의 상한선이 최고 72만9,750달러에서 최고 62만5,500달러로 10만4,250달러 내렸다. 상한선 하향 조정으로 주로 고가 주택시장의 수요가 영향을 받을 전망으로 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도 우려된다.

점보 컨포밍 융자의 상한선이 하락하면서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셀러들의 잇따른 리스팅 가격 하향 조정도 우려된다. 하향 조정된 융자액 상한선에 맞추기 위한 셀러들의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로 저가대 주택시장마저도 주택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가 주택 매물의 가격 인하가 이뤄지면 저가대 주택시장의 셀러들도 일종의 물결효과로 가격 인하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리맥스 부동산의 화이트 부대표는 이번 점보 컨포밍 융자 상한선 하락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평균 약 3~5%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급매물 쏟아진다
올해 남은 기간에 차압매물 및 숏세일 매물 등 급매성 매물의 양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차압매물 수가 감소하면서 차압사태가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들이 차압 시스템에 대한 정비를 끝내면 차압속도가 빨라져 매물량도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일명 ‘로보 사인’으로 불렸던 부실차압 사태로 인해 은행들이 차압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행들이 부실차압 절차에 대한 정비를 속속 완료하고 다시 차압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만약 차압매물이 다시 늘면 주택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겨울철 비수기와 맞물려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더블딥’까지도 우려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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