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농장부지 투자 열풍… “없어서 못판다”

2011-10-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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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부지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농장 부지로 몰리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행하는 월간지 ‘리얼터’(REALTOR)에 따르면 농장업자는 물론 개인 투자가나 심지어 기관 투자가들까지 최근 농장 부지 구입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농장 부지가 제한적인 반면 농작물의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농장 부지 소유주들의 수익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설까지 대두되자 농장 부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리얼터 잡지 최근호에 실린 농장 부지 투자열풍에 대해 분석한다.


농작물 가격 급등으로 수익률도 급상승
연간 현금 수익률 3~4%·임대료도 2배로
일부서‘거품론’제기 불구“폭락 없을 것”



■ 농장 부지 수익률 급등
최근 1~2년 사이 농작물 등 상품가격의 급등으로 농장 부지 운용 수익률도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투자용 농장부지 지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장 부지의 수익률은 약 2.4%로 지난해(1.3%)의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방 농무부(USDA)에 따르면 비슷한 기간(올해 3월 말 기준) 미국 내 농작물 가격은 전년 대비 29%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작물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농장 부지 수익률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장 부지 매물은 매우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있어 농장 부지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작물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농장 부지를 매각하기보다는 운영하며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소유주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장 부지 매매를 중개하는 업체들은 투자자들의 뜨거운 구입 열기에도 불구하고 매물을 찾지 못해 애를 겪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일리노이주에서 매매된 전체 농장 부지의 약 57%가 소유주의 사망에 따른 에스테이트 거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농장 부지 구입에 대한 관심도 뜨겁고 투자자금도 대기중이지만 농장 부지를 매물로 내놓는 소유주가 거의 없다시피해 거래량은 오히려 현저히 줄고 있다. 농장 부지 관련 대출기관에 따르면 농작물 및 목초지 재배용 농장이 밀집한 아이오와, 사우스다코타, 네브래스카, 와이오밍주에서의 농장 부지 거래량은 2008년 약 2,326건에서 올해 약 1,074건으로 무려 54%나 감소했다.


■ 매력적인 고수익률
투자자들이 농장 부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고수익률 때문이다. 6개월짜리 국채의 수익률이 최근 1% 미만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일부 농장 부지의 연간 현금 수익률은 3~4%에 달해 투자자들의 투자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장 운용에 따른 수익률이 높은 것 외에도 최근 급증하는 농장 부지 임대료도 고수익에 목말라하는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다.

일리노이주 농장 부지 매니저 및 감정사 협회에 따르면 일부 농장 부지의 현금 임대료는 2007년 에이커당 약 183달러에서 올해 거의 2배인 319달러로 뛰어 올랐다.

이밖에도 농장 부지가 투자자들에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농장 부지 수익률은 전통적으로 주식시장 흐름과 역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농장 부지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



■ 일부 전문가 ‘농장 가격 거품론’
농장 부지에 대한 투자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가운데 농장 부지 투자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작지 않다. 농장 부지 투자를 회의적으로 보는 대표적인 전문가는 최근의 주택가격 폭락을 예측했던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다. 실러 교수는 올봄 발표한 기고문을 통해 농장 부지 가격의 거품이 향후 10년 내에 꺼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농장 부지가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가격 상한선인 에이커당 1만달러대에 이르자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중서부 농장 벨트지역의 농장 부지를 이미 매각하기 시작했다. 연방 농무부(USDA)도 올해 1분기 주요 농작물인 면, 오일시드, 콩, 사료용 곡물 등에 대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발표해 농장 부지 수익률이 하향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농장 부지 가격 거품론이 기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농장 부지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하락폭은 5% 내외로 폭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 도상국들의 음식문화가 단백질 섭취를 높이는 등 건전한 방향으로 이어지면 미국산 농작물의 수요가 줄지 않고 농장 부지 가격도 유지될 것으로 중개업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농장 부지의 부채 비율이 낮은 점도 가격 폭락에 대한 우려에 과민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행콕 농업투자그룹의 제프 콘래드 대표에 따르면 현재 농장 부지의 부채 비율은 30년래 가장 낮기 때문에 농장 부지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또 레이 브라운필드 존그린 랜드 컴퍼니에 따르면 최근 농장 부지 구입 때 모기지 비율은 평균 20% 미만이며 전액 현금 구매도 많아 가격이 하락해도 폭락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농장 부지 구입 요령
농장 부지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매물은 찾기 힘든데 과연 투자 기회는 있을까? 전문가들은 농장 부지를 구입하려면 판매의사가 있는 셀러를 찾는 작업과 신속한 대응이 관건이라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농장 부지의 약 1%만이 해마다 거래될 정도로 매물량이 극히 소량이기때문에 셀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농장 부지 소유주와 농장 부지 전문 중개인들과의 네트웍이 잘 구축된 전문 에이전트에게 매물 검색을 의뢰하면 농장 부지 매물을 찾는 일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에이전트를 통해 농장 부지 실소유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뒤 타주에 거주하는 등의 이유로 농장 부지에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에게 접촉하면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판매의사가 있는 소유주와 접촉됐다면 24시간 내에 전액 현금 오퍼를 제출해야 거래가 성사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농장 부지 투자 열풍이 그간 다소 시들했던 지역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토지가 다소 덜 비옥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농장 부지가 많은 사우스다코타, 미시시피 델타 지역 등이 좋은 예로 현재 농장 부지의 가격은 에이커당 약 2,500~3,500달러대를 보이고 있는 지역들이다.

또 가격 상승폭이 비교적 작았던 농작물을 재배하는 부지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다. 와인용 포도나 크렌베리 등의 농작물은 그간 가격 상승폭이 기타 농작물에 비해 작았는데 만약 가격이 오르면 농장 부지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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