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캠퍼스의 불편한 진실

2011-10-01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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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피부색깔에 따라 사람들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사람들이 그 사실에 대해 화를 내기를 바랐어요.”

UC 버클리의 캠퍼스 공화당 클럽 대표가 한 말이다. 지난 27일 이 클럽이 주최한 ‘다양성 증진 베이크 세일’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그가 내놓은 설명이다. UC 버클리에서 지난 한 주 ‘피부색깔’ 즉 ‘인종’ 문제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피부색깔에 따른 다른 대우’라고 하면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인종차별’이다. 백인만 사람대접 받고 흑인을 비롯한 모든 유색인종은 철저하게 차별 당한 역사가 수백년이고, 그 긴 세월 사회라는 피륙의 씨줄과 날줄에 촘촘히 박힌 차별의 관행을 씻어내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 불과 반세기 전이다.

소수계 권익옹호조치(어퍼머티브 액션)는 이런 차별의 역사를 수정하기 위해 채택된 대표적 정책. “오랜 세월 쇠사슬에 묶여 걸음도 못 걷던 사람을 풀어주고, 달리기 출발선에 세운 후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한다면 그걸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어퍼머티브 액션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후 채용, 승진, 교육, 관급공사 수주 등 각 분야에서 소수인종과 여성의 몫을 챙겨주는 우대정책이 시행된 지 40여년, 차별은 많이 사라지고 어퍼머티브 액션은 곧잘 논란의 대상이 된다. 역차별 논란이다. 백인이 오히려 차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UC 버클리 공화당 클럽의 주장 역시 같은 내용이다.

버클리 공화당 회원들은 지난주 페이스 북에 베이크 세일 행사를 공고했다. 행사 소식은 순식간에 퍼지고 찬반논쟁이 들불 번지듯 번졌다. 가격이 도화선이었다.

“백인 2달러, 아시안 1달러50센트, 라티노 1달러, 흑인 75센트, 인디언 25센트, 그리고 모든 여성은 25센트 추가 할인” - 피부색깔에 따라 다른 가격이 부당한가, 그렇다면 입학사정 시 소수계 우대정책도 부당하니 반대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1996년 프로포지션 209의 통과로 소수계 우대정책이 폐지되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유사 법안이 주의회를 통과해 주지사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UC와 칼스테이트 입학심사 과정에서 지원자의 인종, 성별, 가계소득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버클리 학생회는 공식 지지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학생들은 반대 의사표시로 차등 가격 베이크 세일을 하면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소수계 학생들에게 너무 잔인하다” “저런 학생들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식의 분노의 글이 쇄도했다.


미국에서 소수계로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어퍼머티브 액션은 고마운 정책이다. 많은 한인들이 그 정책 덕분에 취직을 하고 사업계약을 따내고 승진에서 차별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무대가 대학 캠퍼스가 되면 우리의 입장은 애매해진다. 미국 인구 중 4.8%, 캘리포니아에서는 12%에 불과한 아시안이 대학 캠퍼스로만 들어가면 최다 인종집단이 된다. 2010년 UC 신입생 중 아시안은 33.5%로 백인(32%) 보다 많고 라티노(22.6 %), 흑인(4.3%)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버클리에서 아시안은 46%나 되고 백인은 32%이다.

대학의 다수 집단으로서 아시안은 어떤 대접을 받을까. 많은 경우 소수계 우대정책의 정반대의 대우를 받는다. 상대적 차별이다. 아시안은 다른 인종에 비해 점수가 높아야 합격권에 든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나 보다 공부 못하는 친구(타인종)는 합격했는데 나는 떨어졌다”는 한인자녀들의 하소연은 합격자 발표시즌 때마다 나온다.

아시안에 대한 ‘차별’은 통계로도 확인되었다. 미시건 대학은 지난 2005년 합격자를 대상으로 인종별 SAT 중간점수를 조사한 적이 있다. SAT 만점이 1800점이던 당시 흑인 학생은 1160점, 히스패닉 1260점, 백인 1350점, 아시안은 1400점으로 나타났다.

그 뿐이 아니다. 엘리트 대학들은 보통 입학사정에 3가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안에게는 제일 높은 기준, 백인에게는 그 다음, 흑인·히스패닉에게는 가장 낮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아시안 학생들이 너무 점수 위주의 공부를 한다는 인식도 한몫을 했다.

미국의 대학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가치는 다양성이다. 성적 기준으로 특정인종이 너무 많아질 것 같으면 필히 다른 방법을 동원한다. 성장배경을 고려하는 포괄적 심사 같은 것이다. 학원 공부 위주인 우리 자녀들의 대입 전략도 이제는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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