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의 가감승제

2011-09-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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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일상, 깨달음>

개학을 하니 아이들 픽업으로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간다. 여섯 아이들 중 집에 남은 넷이 각기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아침 6시부터 시작된 픽업이 8시반이 되어서야 1차 마감된다. 오전 중 집을 대강 치우고 볼일 좀 보고나면 금방 2시가 된다.

오후 픽업이 시작되어 사방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고등학생 둘에다 중학생, 초등학교 5학년이 있다 보니 방과 후 도서관, 프로젝트 준비며 클럽활동, 운동연습, 시합장에 달려가느라 온종일 분주하다.

바쁜 엄마를 많이 도와준 큰딸이 곁에 없는 게 많이 아쉬워지면서 동생 다섯을 챙기느라 동분서주 하는 일을 묵묵히 감당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컸던 9월이었다. 연년생으로 태어나는 동생들 뒤치다꺼리에 숙제할 시간조차 부족했던 큰딸 녀석이 6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었다.


“엄마, 나도 진짜 휴가가 필요해요.” 갓난아기부터 2살, 3살, 5살의 꼬마동생들을 돌보는 엄마를 돕는 일이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래 전 얘기지만 큰딸을 생각하면 왠지 콧등이 시큰해진다. 인생은 참으로 고마운 여정인 것 같다.

친구들과는 달리 힘든 유년기를 보낸 딸은 스무살 넘어가며 오히려 동생이 많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부족한 엄마를 힘나게 했다. 더하기보다는 뺄셈이 많았던 성장기를 지나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 여러 면에서 넉넉해진 딸아이를 바라보니 감사할 뿐이다. 지나고 보니 고생스런 일로 인한 뺄셈이 탁월한 리더십과 인내심을 길러주는 고마운 곱셈이 된 것이다.

누구나 인생의 사계절이 있고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에 맡겨진 일을 감당해야 하기에, 환경과 조건에 속박되지 않고 인생 전체를 조망하며 달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킨더가튼에 들어가면 제일 처음 덧셈과 뺄셈을 배운다. 뺄셈보다 덧셈을 먼저 배우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도 덧셈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부족한 자기 모습을 깨달아야만 더할 수 있는 은혜가 맛볼 수 있다.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다는 사람에겐 덧셈의 축복은 멈춰 버린다. 아무리 더해도 부족한 사랑, 겸손, 은혜, 믿음, 지혜…. 평생 길러야 할 덕목은 한이 없다.

그 다음 배우는 뺄셈 또한 만만치 않다. 자고 일어나면 길어지는 손톱처럼 우리 내면엔 얼마나 많은 잡초들이 자라고 있는가. 미움, 욕심, 교만, 거짓, 위선, 시기, 질투…. 정원을 돌보듯이 매순간 마음을 가꾸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순간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내 이야기가 된다. 뺄셈을 잘 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을 인정해야 가능하다. 더하는 것만큼 자신을 내려놓고 비워야 한다.

덧셈과 뺄셈이 개인적이라면 나눔과 곱셈은 공동체적인 개념이다. 부부와 부모·자녀의 관계에서부터 직장, 학교, 교회, 이웃, 나라와 민족에 이르기까지 나눔과 곱셈의 영역은 무한대다. 한계를 뛰어넘는 무한한 가능성, 창조적인 힘까지 곱해질 때 기적의 역사가 열린다. 건강한 덧셈과 뺄셈이 이루어진다면 인생의 온갖 역경도 넉넉히 이겨낼 수 있는 역동적인 나눗셈과 곱셈을 할 수 있다.

받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행복하다. 진정한 사랑이 곱해진 인생 만사엔 하늘의 도우심이 더해지기에 어려운 때를 노래하며 극복할 수 있다. 사칙연산의 원리만 잘 깨달아도 인생의 바퀴가 제대로 굴러간다. 그래서 오늘도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한다. 오늘도 무엇을 더하고 빼야 하는지를, 얼마나 나누고 곱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 달라고.


정 한 나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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