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복이 많은 에이전트

2011-09-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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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클럽

어떤 부동산 에이전트를 보고 복이 많다고 할까? 부동산 거래를 많이 해서 그 수수료를 많이 받아서 돈을 많이 번 에이전트? 굵직하고 큰 단골 거래처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어렵게 고생하지 않아도 단 몇 번의 거래만으로 다른 에이전트의 1년 수입을 쉽게 만드는 노련한 에이전트? 부동산 거래를 통하여 만든 자금으로 여기저기 크고 작은 부동산을 사들여서 그 수익으로 여유 있게 생활하는 에이전트?

이러한 여러 경우의 에이전트들을 흔히 성공한 에이전트, 탑 에이전트 등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복이 많은 에이전트라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무언가 맞지 않는 것 같다. 복이 많은 에이전트는 뭐니 뭐니 해도 에이전트 자신을 믿어주고 에이전트의 판단을 신뢰해 주면서 자기 자신의 생각과 에이전트의 의견을 종합해서 거래를 결정하는 고객을 가지고 있는 에이전트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가장 복이 없는 에이전트는 그와 반대로, 고집이 말도 못하게 세면서 에이전트의 의견보다는 자기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면서 에이전트에게는 단지 일 처리과정의 단순한 업무만 일임케 하는 완고한 스타일의 고객을 가지고 있는 에이전트를 일컬어야 하겠다. 물론 이러한 고객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이다.


연전에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타운의 올드타이머 사장님이 주택을 새로 구입한다고 하여서 멋진 집을 소개해 드리고 곧바로 거래가 이루어져서 에스크로를 열었다.

근데 그 고객은 주택 거래를 하신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그 세부절차를 거의 잘 몰라서 필자가 에이전트로서 고객에게 모든 것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 드리면서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장님의 회사 직원 중 한 젊은 친구가 얼마 전에 작은 집을 처음으로 구입을 하였다고 하면서 주택거래에서의 모든 문제를 다 잘 아니까 사장님을 도와드리겠다고 해서 지금의 에스크로 과정에 한 발을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도와주겠다는 선의의 마음은 고맙긴 한데 실제로 제3자가 개입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발생되고 그 결과 에스크로가 더욱 꼬이고 말았다.

셀러와 바이어와의 관계, 론 회사와 론 에이전트와의 관계, termite inspection, house inspection, 에스크로상 중요한 모든 절차들이 수없이 많고 어려워서, 여간 조심스럽게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고, 또한 셀러, 바이어 양자 간의 예의와 자존심을 존중하면서 모든 일들을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진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 직원이라는 제3자가 개입하면서 모든 일이 자꾸만 발에 걸리고 셀러도 화를 내는 되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여서 여간 애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도와주겠다는 사람을 도중에 배제할 수도 없는 일이고 회사 사장님이 아무래도 신뢰하는 사람이어서 그 사람 이야기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결국 직원의 이야기를 믿은 사장님의 무리한 요구로 셀러는 화가 나서 계약을 중간에 취소를 해버리고 말았고 결국 그 거래는 무산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속담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집을 하나 사보면 마치 주택거래의 모든 절차를 완전히 다 아는 전문가인양 생각이 들고, 무슨 소송을 한 번 당해서 법원에 몇 번 왔다 갔다 하고 나면 여하한 변호사보다 더 많이 아는 것처럼 자신을 내세우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경력이 짧고 지식이 짧은 것을 감추기 위한 열등감의 발로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자기 자신의 잘못되고 경솔한 행동으로 주위사람들에게 입히는 피해는 본인은 절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주위의 섣부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오직 자기가 신뢰하는 에이전트의 말을 존중하고 그 결정을 수긍하는 셀러, 바이어들이 요즘 시장에서 찾기가 참 힘들다.

자신을 믿고 집을 팔아 달라는 고객의 리스팅을 받아 시장에 내놓고 얼마 되지 않아 바이어를 직접 찾았는데, 그 바이어조차 에이전트의 결정을 존중하여 그 의견을 백분 수긍한다면, 이처럼 복 많은 에이전트가 어디 있겠는가? 에이전트의 복은 그리 먼 곳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661)373-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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