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극빈자와 부자

2011-09-21 (수) 12:00:00
크게 작게
미국인 6명 중 1명은 극빈자에 속한다고 지난주 센서스국이 발표했다. 놀라운 사실이다. 도대체 미국의 극빈자는 어느 정도 가난한 사람을 말하는가. 혼자 사는 사람의 경우 연 수입이 1만890달러를 의미한다. 부부는 1만4,710달러, 4인 가족의 경우는 2만2,314달러 이하의 소득 가정으로 되어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중에서는 12.1%가 극빈자이다.

극빈자가 왜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가. 실업자가 1,400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실업자 수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직장을 잃으면 가장 큰 문제가 건강보험을 잃게 된다는 사실이다. 젊은 실직자는 아파도 병원에 갈수가 없다. 지금 미국인의 16.3%가 건강보험 없이 지낸다고 센서스국이 밝혔다.

은퇴한 노인들과 노인 극빈자들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세금을 부지런히 내고(30년 동안) 은퇴한 사람들은 국민연금인 소셜시큐리티를 한 달에 2,000달러 정도 받는다. 이 경우 부인은 일을 했건 안 했건 남편이 받는 소셜시큐리티의 절반인 1,000달러를 받으니까 한 달에 노인부부가 3,000달러를 생계비로 받는 셈이다. 비즈니스를 주로 해온 한인들은 소득세 보고를 제대로 안 해 대부분 소셜시큐리티가 1,000달러 선에서 맴돈다. 세금보고 제대로 안한 탓으로 인생 말년에 엄하게 벌 받는 셈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 불황에서는 극빈자 가정의 어린이들이 가장 타격을 받는다. TV뉴스를 보니까 아이 셋을 기르는 흑인 여성은 전기료를 낼 수가 없어 전기가 끊기자 아이들 식사를 만들 수가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왜 여자 혼자 애를 키우고 있을까. 아버지가 도망갔기 때문이 아닐까. ‘여성 홀로’의 가정일수록 빈민에 속하는 예가 많다.

직장을 가진 중산층 서민이라 해도 수입이 물가 상승률을 따르지 못해 10년 전에 비해 7.1% 소득이 줄어들었다. 많지는 않지만 코리안 중에 어떤 극빈자는 끼니를 때울 수가 없을 정도로 어려워 교회에서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코리아타운의 한인교회에서도 신자들의 헌금이 걷히지 않아 여러 교회가 교회 건물 페이먼트를 제대로 못해 은행에서 독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극빈자 수가 4,620만명이나 되고 중산층의 소득이 점점 줄고 이때 오직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은 3%에 해당하는 수퍼 부자들이다. 이들의 소득은 더 올라 갔다. 이들은 약 1,000만명 정도 되는데 미국 부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3% 부자들 중에서도 초특급 부자들인 400명은 보통 부자와는 하늘 땅 차이로 다르다. 부자라도 같은 부자가 아니다. 문제는 실업자 문제 해결 전망이 너무나 어둡다는 점이다. 경제 전망이 어두우니 돈이 있어도 쓰지를 않는다. 그러니 코리안과 같은 영세 상인들은 더 죽을 지경이다.

반면 부자들은 이 불경기 속에서 더 돈을 번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월가의 펀드매니저급은 연간소득이 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런 버핏과 같은 양심 있는 재벌들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과 오바마가 타협하여 정부 예산을 줄인답시고 서민들의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줄이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부자들은 콧노래 부르며 걸어가고 서민들은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미국이다. 부자들에게는 밝은 미래가, 극빈자들에게는 더 어두운 미래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