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은 죽음마저 넘어” 청춘 로맨스

2011-09-16 (금)
크게 작게

▶ 레슬리스 (Restless) ★★★½

“사랑은 죽음마저 넘어” 청춘 로맨스

애나벨(왼쪽)과 에녹이 죽음놀이를 하며 키스하고 있다.

방황하는 청춘의 감정적 여로를 자주 탐구하는 형이상학적이요 시적인 감독 거스 밴 샌트의 또 하나의 두 국외자 청춘남녀의 죽음을 통한 삶의 발견과 사랑은 죽음마저 넘어 선다는 로맨스 스토리다.

달콤하고 슬프며 매력적이요 고요하고 아름다운 삶과 죽음과 자연과 사랑 그리고 청춘의 상실과 슬픔에 관한 소품 소묘로 가슴이 알알하니 시려들 만큼 두 청춘의 짧은 만남을 통한 사랑과 삶 그리고 자아발견 과정이 천진난만하고 곱다. 죽음이 주제여서 어둡긴 하지만 죽음을 새 시작의 첫 걸음으로 여겨 정화감을 느끼게 된다.

최근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삶을 유기하다시피 하고 죽음에 집착하면서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이 일과인 에녹(헨리 하퍼-얼마 전 작고한 데니스 하퍼의 아들)과 암에 걸려 죽을 날이 다가오는 애나벨(미아 와시코브스카)은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다.


애나벨은 에녹과 달리 삶과 생명과 자연의 예찬자로 밝고 맑은 여자.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국외자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둘은 짧은 기간의 세상 경험을 통해 뜻밖의 서로 간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에녹의 죽음에 대한 집념을 극적으로 대변해 주는 인물이 그의 젊은 일본인 귀신 친구 히로시(료 카세). 히로시는 가미가제 파일럿으로 상냥하고 정다운 귀신이다.

부모의 죽음을 겪고 다가올 애인의 죽음을 맞아야 할 에녹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고 애나벨에게 죽음을 희롱하고 무시하고 또 그것을 즐기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둘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흉내 내면서 죽음의 유희를 벌인다.

둘의 사랑이 깊어갈수록 죽음의 시간도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데 에녹과 애나벨은 마지막 시간을 마음껏 살면서 고통과 분노 그리고 젊음의 장난기의 상실과 슬픔과 이별에 대항해 투쟁한다. 그러면서 둘은 비로소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또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배우게 된다.

두 배우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짧은 머리에 창백한 모습을 한 와시코브스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따스하면서도 차분하고 또 안으로 강단이 있는 연기가 뛰어나다. 꿀빛 촬영도 아름답고 비틀즈 등 여러 가수의 노래를 잘 고른 사운드트랙도 좋다.

PG-13. Sony Classics.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