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부 지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아이린이 남긴 피해는 주택 파손과 침수 등 눈에 보이는 재산 피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에 ‘계약 연기’로 인한 매매 중단이라는 악영향을 추가로 미치고 있다. 전국부동산연합에 따르면 아이린으로 피해를 입은 뉴욕과 뉴저지, 커네티컷 등에서 매매 계약이 진행중이던 주택들이 모기지 렌더의 요구로 재 인스펙션을 받은 사례가 9월 이후 크게 늘었다.

■ 인스펙션 요구 사례
프루덴셜 더글라스 엘리만사의 밥 페이스 브로커는 뉴욕주 리버헤드의 주택 매매 클로징을 9월 2일로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모기지 렌더인 웰스 파고가 허리케인이 발생한 직후인 8월 마지막주에 피해 사항에 대해 인스펙션을 다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 주택은 실제로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쓰러져 지붕에 일부 피해를 입었다.

주택소유자(셀러)는 인스펙션을 다시 실시하면 클로징 기일을 넘겨야 하기 때문에 1,500달러를 에스크루 어카운트에 입금하고 바이어가 나중에 고치는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웰스 파고는 “은행은 에스크루 입금을 받아들일 수 없고 직접 수리를 하고 인스펙션을 받아야만 최종으로 클로징을 승인하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셀러는 9월 7일 인스펙션을 실시했고 클로징은 1주일 늦춰졌다. 웰스 파고의 대변인은 “정부가 태풍 재난지역으로 선정했던 모든 지역의 주택은 태풍 이전과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될 때까지 융자가 이루어지 않는다”고 은행의 방침을 밝혔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RA)은 이처럼 노스캐롤라이나와 동북부 지역에서 수천가구 이상의 매매진행이 일시 중단된 상태라며 “비록 최장 4주 정도 기간의 잠정적인 중단이긴 하지만 이번 태풍은 셀러와 바이어, 브로커 모두에게 적지 않은 금전적인 손실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금전적인 손실 불가피
우선 셀러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스펙션으로 추가 경비가 발생한다.
뉴저지의 홍종석 브로커는 “계약이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중단되면 대상자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중이고 비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브로커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매매 계약 중이던 주택이 데미지를 입었을 경우 당연히 셀러가 인스펙션 비용을 물어야 한다”며 “나중에 수리비를 낸다는 내용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웰스 파고는 매우 엄격하게 룰을 적용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바이어 입장에서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피해는 ‘모기지 신청 이자율(lock in interest rate)’의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이다. 바이어가 모기지를 신청할 때 일정 기간내 계약을 만료하는 조건(보통 30일~60일 사이)으로 이자율을 정하는 데 기간을 넘기면 이자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수료를 내야 한다.
브루클린의 유니버셜 모기지사에 따르면 40만달러의 론을 얻었을 경우 클로징 기한을 넘기면 하루에 120달러씩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혹은 추가 기한까지 2,500달러를 내기로 합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승인되었던 모기지가 취소되거나 주택의 피해가 너무 커서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이 경우 계약을 진행해 왔던 브로커는 수수료를 받을 수 없어 역시 손해를 본다.

한편 부동산 관계자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올해 말로 ‘전국홍수보험프로그램’이 만료되는 것이다. 의회에서 이 프로그램의 연장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해안가 지역과 홍수 다발 지역의 주택 판매는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2010년 이 프로그램이 한달간 중단된 기간에 전국적으로 4만7,000여건의 매매가 보류되거나 취소됐다.

■ 재해 후 수리에 만전 기해야
모기지 대출 기관들에게는 주택이 ‘담보물(collateral)’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담보물의 완벽한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는 장기적으로 주택 가치의 하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하다.

뉴욕주 공인 인스펙터 김형민씨는 “집 보험 피해 청구건의 대부분은 물에 의한 피해로 알려졌고 누수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가장 신경쓰이고 중요한 부분”이라며 “바이어가 가장 염려하는 것도 바로 누수문제”라고 설명했다.

주택에서 최대의 취약부분은 지붕과 지하실이다. 지하실에 고인 물은 퍼내면 되지만 지붕을 통해 들어온 물은 천정과 벽 등 모든 부분을 적시고 오래 방치하면 나무 구조물이 썩고 인체에 해로운 곰팡이가 만연하게 된다. 김씨는 “바늘구멍만한 틈새만 있으면 물이 흘러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태풍으로 인한 침수나 누수 피해를 입었으면 전문가에게 의뢰해 지붕 단속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영 기자>

■ 보험 액수상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태풍 역대 10위
이름 연도 피해지역 카테고리(세기) 피해액(단위 10억)

카타리나(Katarina) 2005 루이지애나/미시시피 3 45억 4,800만달러
앤드류(Andrew) 1992 플로리다 5 22억 4,100만달러
아이크(Ike) 2008 텍사스/루이지애나 2 12억 7,400만달러
윌마(Wilma) 2005 플로리다 3 11억 4,000만달러
챨리(Charley) 2004 플로리다 4 8억 5,500만달러
이반(Ivan) 2004 플로리다/알라배마 3 8억 1,300만달러
휴고(Hugo) 1989 사우스 캐롤라이나 4 6억 6,800만달러
리타(Lita) 2005 텍사스/플로리다 3 6억 2,300만달러
프랜시스(Francis) 2004 플로리다 2 5억 2,500만달러
아이린(Irene) 2011 동북부 1 2억~4억 5,500만달러(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