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급증하는 ‘숏세일’… 사기성 거래 조심을

2011-09-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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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쓰는 수법은

은행들이 숏세일 매물 처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숏세일 거래가 급증하면서 전체 거래 중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했다.

온라인 차압 매물 리스팅 업체인 리얼티 트랙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숏세일 매물 거래는 전체 주택 거래 중 약 12%를 차지했고 1년 전보다 약 2%포인트 늘었다. 주택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숏세일 매물의 소진 속도가 빨라진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최근 숏세일 거래와 관련된 부동산 사기도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숏세일 관련사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 관련자들끼리 낮은 가격에 매매하는 유형과 단기 재판매를 통해 이익을 내려는 ‘플리핑’이 목적인 유형 등이다. 최근 급증하는 숏세일 관련사기 사례와 유형, 추세 등에 대해 알아본다.



내부자 거래 ‘깡통주택’싸게 매입 셀러에게 되돌려줘
단기 투기자 에이전트와 결탁 저가 구입, 바로 되팔아


■ 사례
부동산 중개인 린 라이트는 고객에게 적합한 숏세일 매물을 발견하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베이커스필드의 선호지역 중 게이트 단지 내에 위치한 주택이라 마침 고객도 맘에 들어해 오퍼를 써보기로 했다.

가격도 인근에서 매매된 비슷한 조건의 주택보다 약 4만달러 낮은 가격에 나와 라이트는 서둘러 고객과 미팅을 갖고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오퍼를 써서 제출하고 셀러 측의 답변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다른 중개인이 숏세일 매물을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망하던 중 구입 가격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중개인 부부는 자신들이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는데 라이트의 고객이 리스팅 금액보다 무려 4만달러나 낮은 가격에 집을 샀다는 것이다.

중개인 라이트는 고객이 리스팅 가격보다 높게 제출한 오퍼가 과연 렌더 측이나 셀러 측에 전달돼 검토됐는지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묵묵부답뿐이었다.

나중에 더 알게 된 사실은 리스팅 에이전트가 바이어와 셀러 측 에이전트를 모두 맡아 양측 수수료를 모두 챙겼다는 것과 같은 사무실 중개인 부부는 결국 숏세일 매물을 시세보다 무려 약 8만달러나 저렴하게 구입하는 호재를 얻었다는 것이다.

라이트는 “명백한 ‘강도’행위”라며 “이같은 강도행위를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라며 아직도 분한 마음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 내부자 간 거래
앞서 예로 든 의심이가는 숏세일 거래의 경우 바이어와 셀러가 서로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숏세일 거래의 경우 서로 전혀 관계가 없는 ‘제3자 간의 거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지나 지인 간 결탁해 낮은 가격에 숏세일 매물이 매매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사기를 위한 거래에서는 바이어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하는 경우도 많아 셀러나 렌더 측이 바이어, 셀러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내부자 간 거래는 ‘깡통주택’ 상황에 처해 집을 급 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인 자녀나 친지를 둔 경우 많이 발생한다. 재정위기에 처한 자녀를 돕기 위해 숏세일 매물을 저렴하게 구입한 뒤 되돌려주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앞의 사례처럼 리스팅 에이전트와 결탁해 구입 조건이 훨씬 나은 오퍼는 뒷전으로 미루고 낮은 가격의 오퍼만 렌더 측에 제출해, 불공정한 가격에 거래를 이루려는 행위다.

■ 투기자에 의한 거래
내부자 간 거래 외에도 투기를 위한 목적으로도 숏세일 매물이 최근 자주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플리핑’ 전문 투기자들에 의해 숏세일 사기 거래가 이뤄지는데 연방 수사국(FBI)에 의하면 최근에는 이같은 숏세일 사기가 조직화되고 있는 것 특징이다.

역시 리스팅 에이전트가 이같은 유형의 사기에도 ‘한몫’을 하게 된다. 투기자들과 결탁해 렌더 측이 시세보다 매우 낮은 금액의 오퍼를 수락하도록 리스팅 에이전트가 조정하는 역할을 맞는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매된 일부 숏세일 매물은 리모델링 절차도 없이 곧바로 다시 주택시장에 매물로 나오는데 투기자들은 적지 않은 매매 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거래된 숏세일 거래 52건 중 1건이 바로 이 ‘수상한 거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숏세일 거래 가운데 매매 당일 다시 매매되는 거래가 ‘수상한 거래’로 분류된다. 코어로직은 이들 수상한 거래는 평균 약 35%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매매 차익은 평균 약 5만5,000달러에 달한다.

코어로직은 올해 숏세일 거래가 약 25% 급증함에 따라 ‘수상한 거래’에 따른 렌더 측의 손실액이 약 3억7,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책 모기지은행 프레디맥의 모기지 범죄 전담 조사부서의 로버트 해그버그는 “숏세일 관련사기 범죄가 최근 신종 모기지 범죄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프레디맥이 현재 진행중인 주택 모기지 관련 조사 중 절반 이상이 숏세일 관련 범죄”라고 말했다.

■ 숏세일 사기 참여자
숏세일 사기는 은행 측이 현재 늘어만 가는 급매성 매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저질러진다. 사기 참여자들은 ‘깡통주택’ 셀러, 투기꾼, 중개인, 주택감정사, 숏세일 전문 협상가들로 다양하며 일종의 공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숏세일 사기에 공모하는 일부 리스팅 에이전트는 MLS에 해당 매물의 위치를 일부러 잘못 기재해 경쟁을 줄이기도 한다. 또 일부는 지저분하게 보이는 매물 사진만 MLS에 올려 바이어들의 관심을 떨어뜨리며 낮은 가격의 오퍼를 유도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주택 감정사와 결탁해 감정가를 낮추는 것 역시 흔한 숏세일 사기 유형 중 하나다.

앞서 예로 든 라이트의 사례는 이미 주검찰 측에 사기혐의로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나중에 더 알려진 바에 따르면 라이트의 고객이 구입을 희망했던 숏세일 매물의 바이어는 같은 사무실에 소속된 중개인으로 리스팅 에이전트의 책상과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책상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숏세일 거래에 대해 자주 상의할 수 있었던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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