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지지 마, 이 전염병 걸리면 죽는다”

2011-09-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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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호화 앙상블 캐스트 공포영화

▶ 전염 (Contagion) ★★★ (5개 만점)

“만지지 마, 이 전염병 걸리면 죽는다”

미 전염병 통제예방센터 소장 엘리스(로렌스 피시번·왼쪽)와 닥터 에린(케이트 윈슬렛)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초호화 앙상블 캐스트로 이뤄진 스릴러 티를 낸 바이러스 공포영화로 재주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작품이나 내용이 극적이라기보다 뉴스 보도 식이어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역시 앙상블 캐스트에 여러 장소로 옮겨 다니며 얘기가 이어지는 소더버그의 ‘트래픽’과 더스틴 호프만이 나온 바이러스 영화 ‘아웃브레이크’를 연상케 하는데 많은 배우들이 각자 따로 노는 데다가 충분히 역들이 개발되지 못해 소모되고 있다.

앙상블 캐스트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셈인데 이들이 각기 스토리를 쪼개 놓는 바람에 영화가 일관성 있고 강력한 극적 충격을 주는 대신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하나의 잘 개발된 이야기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그리고 기라성 같은 연기파 배우들의 모양이나 연기도 모두 허술하다.


소더버그가 감독하고 오스카상을 받은 맷 데이먼, 마리옹 코티야르, 케이트 윈슬렛, 그위니스 팰트로 및 주드 로와 로렌스 피시번 등이 나온 영회치곤 타작에 지나지 않으나 크게 기대를 않는다면 볼만하다.

영화는 원인불명의 치명적 전염병이 발병한지 2일째부터 시작된다. 전염병에 감염된지 모른채 홍콩서 일을 마치고 미네소타의 집으로 가는 길에 시카고 공항 로비의 바에 앉은 비즈니스우먼 베스(팰트로)가 콩이 담긴 그릇을 만지면서 보균자인 그가 만진 물건을 만진 사람들이 전염된다. 카메라가 그릇과 베스가 내어준 크레딧카드로 계산하는 바텐더의 손을 분주히 따라간다.

심한 기침을 하는 베스는 집에 오자마자 사망하는데(베스에 대한 부검 장면이 끔찍하다) 그와 접촉한 어린 아들도 사망한다. 갑자기 아들과 아내를 잃은 미치(데이먼)는 슬픔과 분노와 좌절감 속에 빠져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는 이 치명적 병균에 면역성을 지녔다.

영화 첫 부분에서 병에 걸린 사람들의 심한 기침소리와 함께 장소가 홍콩과 샌프란시스코와 도쿄 그리고 런던과 카사블랑카 등지로 옮겨 다니면서 병이 삽시간에 세계로 확산된다. 버스와 기차와 비행기에 탄 병에 걸린 사람들이 기침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하면서 병은 무서운 속도로 퍼진다.

여기서부터 얘기는 미 전염병 통제예방센터의 책임자 엘리스(피시번)와 그가 홍콩으로 파견한 적지에 육탄공격을 하듯 뛰어드는 닥터 에린(윈슬렛) 그리고 세계 보건기구의 닥터 레오노라(코티야르)가 홍콩에 파견돼 전염병의 원인을 찾느라 동분서주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레오노라는 병에 대한 백신을 몸값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납치되는데 이런 플롯은 터무니없다.

한편 음모 폭로 전문 블로거 앨란(로)이 정부가 병에 대한 정보를 속이고 있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공포에 떨던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군이 동원된다.

끝에 가서 베스가 홍콩에서 있을 때인 ‘데이 1’에 일어난 일을 보여주면서 병균의 감염경로를 알려주는데 인간의 영리 목적을 위한 개발이 자연을 파괴한데 대한 응보라는 식이다. 전자음악이 인상적이다.

PG-13.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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