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흙으로 빚은 시’ 분청사기

2011-09-09 (금) 12:00:00
크게 작게

▶ 국보급 포함 60여점 소개 조선시대 예술혼 감상기회

▶ SF 아시안 미술관 16일부터 특별전… 청자·백자와 다른 질박한 맛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안 미술관(Asian Art Museum)은 조선시대 분청사기 특별전(Korean Buncheong Ceramics from Leeum, Samsung Museum of Art)을 9월16일부터 내년 1월8일까지 개최한다.

‘흙으로 시를 빚다’(Poetry in Clay)란 제목의 이 전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지난 4∼8월 열렸던 전시를 가져온 것으로 삼성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분청사기 60여점을 미국에서 처음 소개하는 특별전이다.

여기에는 보물 787호(분청사기철화어문도)와 보물 1422호(분청사기상감모란문호) 등 국보급 분청자기들도 포함돼 있으며, 이와 함께 조선 분청사기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일본 자기들과 전통도자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현대작품들(윤광조, 이수경, 신미경, 구본창, 하인선 등)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400년 동안 단절된 분청사기의 예술혼이 국제적, 시대적으로 어떻게 되살아 나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분청사기는 회색의 기본 흙에 백토로 분장을 하고 회청색 유약을 입힌 사기다. 고려청자나 조선 중기의 백자에서는 볼 수 없는 익살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이 특징으로, 청자와 백자의 사이 15~16세기 조선시대 초기에 약 200년 동안 제작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동시대 어느 나라에도 없던 독특한 도예세계를 가진 분청사기는 실용적 형태를 바탕으로 대담한 생략과 변형으로 재구성한 문양, 푸근한 해학 등 현대적 미감과 개성을 갖추고 있어 오늘의 눈으로 봐도 세련된 현대적 감각이 느껴진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모든 도자기는 청자와 백자의 세계에서 보이듯이 기본적으로 깔끔한 맛을 지향했다. 그러나 분청사기는 오히려 질박한 멋을 추구했다. 그래서 청자와 백자에 비해 도자기로서 질이 떨어지고 기법이 거칠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미학의 차이다. 분청사기는 단아한 것, 귀족적인 것이 아니라 전혀 작위적이지 않은 천연스러운 멋이라는 높은 차원의 미학을 추구했다. 거기에는 분방한 서정과 넉넉한 유머, 그리고 질박한 생활감각이 농밀하게 녹아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현정 아시안 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는 “천연덕스럽고 현대적이면서도 소박하고 세련된 분청에서 옛 사람들의 재치와 멋을 느낀다”고 말하고, 미국에서 분청사기를 직접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니만큼 많이 방문해줄 것을 부탁했다. 개막일인 17일에는 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미술관이 무료 개방되고 하루 종일 한국문화 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www.asianart.org, (415)581-3500


<정숙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