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짜장면·짬뽕·탕수육 단 3가지로 승부

2011-09-07 (수)
크게 작게

▶ 짜장루

짜장면·짬뽕·탕수육 단 3가지로 승부

(왼쪽부터 시계방향)지난 7월 오픈한 ‘짜장루’의 외부 모습. / 홍합, 새우, 꽃게 등 6가지 해물이 들어간 짬뽕. / 전분으로 만들어 더욱 쫄깃쫄깃한 탕수육. / 쟁반에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볶음짬뽕의 맛도 일품이다.

중국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즐겨 먹는 짜장면.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졸업식과 입학식 같은 특별한 날에만 온 가족이 즐기는 귀한 음식이었단다. 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 바로 짜장면·짬뽕·탕수육이다.

한인타운에 있는 중국집만 해도 수두룩하다. ‘OO반점/OO각/OO루’로 끝나는 중국집스러운 이름들만 세어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7월, 오직 짜장면·짬뽕·탕수육으로만 승부하는 중국집이 또 하나 탄생했다. 8가와 옥스포드에 위치한 ‘짜장루’(사장 김진영)의 중국음식 3총사를 맛보았다.


6가지 해물 든 푸짐한 짬뽕
‘숙성 춘장’ 감칠 맛 짜장면
전분 입힌 탕수육 달콤새콤



“메뉴가 4가지 밖에 없어요. 조금 단촐하죠 허허”
중국집인데 ‘짜장루’에는 4가지 메뉴밖에 없다. 하지만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눈길이 간다. 평소 짜장면이나 짬뽕을 즐겨먹던 김진영 사장은 ‘양도 푸짐하게, 정말 신선한 재료로 내가 먹었을 때 만족스러운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김 사장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담이 덜 가는 음식점인 ‘짜장루’를 차리게 된 것이다.

때마침 테이블 위에 ‘떡’하니 나온 짬뽕은 정말 양이 많았다. 꽃게, 홍합, 새우, 가와바시, 오징어, 소라 총 6가지의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것이 국물이 넘칠 듯했다. ‘이렇게 해물이 많으면 비리지 않나’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국물 맛도 얼큰하고 시원한 것이 딱 먹기 좋았다.

15년 경력의 제임스 임 주방장에게 국물의 비결을 묻자 “짬뽕 육수를 만들 때 신선한 사골을 이용해 푹 고아 만든다”며 “해물들도 신선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항상 신경 쓴다. 특히 홍합은 이틀만 지나도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 날 들여온 것을 재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짜장면은 솔직히 기대를 안했다. 짬뽕만큼이나 흔한 음식이 짜장면이고 짜장면 맛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짜장루’의 짜장면은 약간 맹맹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맛이 났다. 역시 임 주방장에게 비결을 묻자 “짜장면 춘장을 약간 숙성시키는 것이 포인트”라고 얘기했다.

볶음짬뽕도 마찬가지. 조금 전에 먹은 짬뽕에 국물을 쫙 제거한 담백한 맛이었다면 쉬울까. 임 주방장은 “‘특별한 고춧가루’를 해외에서 공수해 왔기 때문에 일반 볶음짬뽕보다 조금 색다른 맛이 느껴질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김 사장은 “‘짜장루’를 찾아 음식을 먹는 고객들이 한 끼 식사에서 작은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즘 무조건 싸게, 저렴한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요식업계에서 재료값보다 싼 가격의 음식은 맛있을지는 몰라도 퀄리티는 누가 봐도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김 사장은 “고객을 속이지 않는 진실된 음식점을 꾸려나가고 싶다”며 “여느 음식점 사장님들도 다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짜장루에서는 오픈기념 이벤트로 음식을 시키는 고객들에게 맛보기 탕수육을 무
료로 나눠주고 있다. ‘짜장루’의 탕수육은 과일 소스를 곁들여 새콤달콤하다. 밀가루와 튀김가루를 섞어 겉옷을 입히는 일반 탕수육과는 달리 전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쫄깃쫄깃한 맛이 났다.

김 사장은 “임 주방장의 중국요리 실력은 사장이기 이전에 음식을 먹는 고객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봐도 인정할 만하다”며 “내가 찾던, 내가 원하던 주방장을 만나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탕수육은 사이즈에 따라 9.99달러(중), 15.99달러(대)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짜장루’의 특징이죠”

‘짜장루’의 특징을 묻자 김 사장은 ‘좋은 재료’와 ‘정성’을 꼽았다. 너무 뻔한 대답이었지만 김 사장과 임 주방장의 모습을 보니 진실성이 느껴졌다.

옆 테이블 손님이 ‘짬뽕 1그릇, 탕수육 1그릇’을 주문한지 채 5분도 안되어 음식이 테이블 위에 올라온다. 김 사장은 “재료비가 많이 들더라도 신선도를 고집하며 고객들이 주문을 했을 때 바로바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신속성과 중국집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금은 ‘짜장루’를 중점적으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지만 앞으로 한인타운 내 한인 교포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테이블 10여개 남짓 되는 작은 규모의 음식점이지만 ‘짜장루’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제거한 실속 있고 알찬 음식점이었다.

오늘 저녁,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짜장면·짬뽕·탕수육’을 가족과 오순도순 나눠먹는 것은 어떨까. 아마 부담 없는 가격에 배불리 먹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지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